맥주샤워, 응원과 야유, 광란의 파티가 벌어지는 피닉스오픈 16번홀
이번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총상금)이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TPC스콧데일 스타디움 코스(파71·7261야드)는 매년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쏟아냈다. 갤러리의 음주와 고성 응원, 야유가 허용되는 ‘골프해방구’에서 올해는 또 어떤 스토리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엄격한 갤러리 질서를 잠시 잊고 마음껏 떠들며 즐길 수 있기에 피닉스 오픈에는 매년 50만 여명에 달하는 대관중이 몰려든다. 2016년에는 연습라운드를 포함해 닷새 동안 61만 8000여 명이 입장해 사상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그해 3라운드에만 20만 1003명이 입장했다.
동시에 2만여 명이 관전할 수 있는 16번홀(파3)은 ‘콜로세움’으로 통하는 스타디움 코스의 명물이다. 163야드(148m) 밖에 되지 않는 홀 주위를 3층 짜리 대형스탠드가 둘러싸고 있는 이 곳에선 매년 광란의 잔치가 벌어진다. 선수들의 멋진 샷에 큰 박수와 응원이 쏟아지고, 실수에는 엄청난 야유가 이어진다.
지난해 3라운드에서 샘 라이더(미국)가 홀인원을 기록했을 때는 흥분한 갤러리들이 맥주와 음료를 뿌리고, 깡통과 플라스틱 병을 비오듯 던지는 광란을 연출했다. 진행요원이 캔과 병을 치우느라 10여분 동안 플레이가 지연됐다.
다음날에는 카를로스 오티즈(미국)가 또 한 번 홀인원에 성공해 콜로세움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또 한 번 광란의 맥주샤워가 펼쳐졌고, 동료선수들이 그린에서 플레이를 마치고 윗통을 벗어 알몸을 드러내며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는 바람에 나중에 벌금을 물기도 했다. 주최측은 선수들이 알미늄 캔에 맞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류는 컵에 담아 팔기로 했다.
PGA투어는 홈페이지에 16번홀에서 나온 역대 홀인원 베스트5를 소개하며 추억을 짚었다. 그 중 최고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1997년 기록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스탠드가 설치되지 않았던 당시 우즈가 9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날린 공은 홀 앞에 떨어져 한 번 튀어오른 뒤 곧장 홀 안으로 사라졌다. 팬들은 맥주캔과 음료병을 티 박스로 쏟아냈고, 그린으로 향하는 우즈의 이름을 연호하며 콜로세움을 말그대로 뒤집어 놓았다.
우즈는 2년 뒤 이 대회에서 열성팬들의 덕을 톡톡히 봤다. 13번홀(파5)에서 친 티샷이 왼쪽 황무지 지역에 떨어지면서 가로 1m 크기의 바위에 가려 다음 샷을 방해받게 되자 갤러리 십수명이 달려들어 치워주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골프에서 땅에 박히지 않은 돌은 ‘루스 임페디먼트(자연물)’로 간주돼 벌타 없이 치울 수 있다. 환한 웃음으로 수고한 팬들과 악수한 우즈는 여기서 버디로 화답했다.
17번홀(332야드)은 원 온이 가능해 극적인 드라마를 쏟아낸다. 리키 파울러(미국)는 2016년 2타차 선두를 달리다 여기서 공을 물에 빠뜨린 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연장을 허용하곤 역전패했다. 2001년 앤드루 매기(미국)는 여기서 PGA 투어 역사상 유일무이한 파4홀 홀인원을 기록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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