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자라·물고기 나뒹굴던 포항제철소, 대동맥이 다시 뛰다…‘제2의 기적’ 현장 가보니 [르포]
정전·화재 겪은 2고로·2열연도 가동
정규점 상무보 “모두가 합심한 결과”
복구 경험 자양분으로…첨단화 속도
[헤럴드경제(포항)=김성우·임세준 기자·안경찬 PD]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용광로). 출선구가 열리면서 뜨겁게 달궈진 쇳물(용선)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출선구 앞에 선 작업자들은 장대를 움직이며 분주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은 용선을 제작한다고 해서 제선 공정이라고 불린다.
출선구에서 약 50m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봤다. 쇳물에서 나온 뜨거운 열기와 텁텁한 냄새에 절로 인상이 찌그러졌다. 동행한 포스코 관계자는 해맑게 웃었다. “포항제철소가 살아서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작업 모습을 보면 복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힌남노 태풍 피해를 복구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지난달말 방문했다. 복구를 마친 제2고로와 2열연공장 등 포항제철소의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침수 피해를 마치고 완전한 정상 조업에 들어갔다.
포항 남구에서 철교를 타고 형산강을 넘으면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문구가 적힌 중앙 출입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다.
제철소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길게 깔린 철로가 반긴다. 이 철로는 ‘포스코의 대동맥’으로 불린다. 284만평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전체를 순환해 붙은 별칭이다. 포스코에서 생산되는 여러 철강 제품이 운반되는 통로다. 총길이만 40㎞에 달한다고 한다.
철로는 지난 태풍 피해 이후 한동안 가동을 멈췄다. 범람한 냉천 탓에 철로에는 진흙이 끼었다. 300톤(t) 규모의 용선을 담을 수 있는 토페도카(Torpedo Ladle Car·TLC)와 100t까지 수용할 수 있는 오픈래들카(Open Ladle Car·OLC)도 멈췄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서 운행하던 토페도카를 임시로 가져와 급한 불을 껐다. 현재도 광양제철소 토페도카가 포항제철소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매일 40여대의 토페도카가 운영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동맥이 뛴다는 것은 포항제철소가 살아났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철로를 따라가니 포항제철소 2고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2고로는 각종 첨단 카메라와 온도계를 설치하고, 이를 활용해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스마트 고로’다. 이날 영하 3도의 추운 날씨에도 2고로 안은 훈훈했다. 사람이 하던 용선 품질 관리 작업을 첨단 시스템이 대신 맡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용선은 순산소를 고로에 불어넣어 철광석(소결광)을 석탄(코크스)으로 녹여 만든다. AI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고로에 들어오는 코크스 양을 체크했다. 고로 내 온도를 최적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임근철 포항제철소 1제선공장 부공장장은 “예전에는 용선 샘플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래서 사람이 할 때는 하루 세 번밖에 못 했던 용선 관리가 스마트 고로 시스템에서는 실시간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생산된 용선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슬래브(Slab) 등 반제품 형태로 만들어져, 열연공장으로 향한다. 열연공장의 대표는 포항제철소의 연간 철강 생산량 1480만t의 33%인 500만t이 지나가는 2열연 공장이다.
열연은 냉연·스테인리스·도금·전기강판 등 후판과 선재를 제외한 후공정에서 사용하는 소재다. 열연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면 다양한 산업에서 쓰이는 열연을 생산하지 못한다. 열연은 그 자체로 기계·건축 구조용으로 사용된다. 일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프레임에 쓰이는 냉연, 고급가전과 사무기기의 재료가 되는 도금의 기반이 된다. 그래서 2열연은 ‘포항제철소의 핵심시설’이라고도 불린다.
스마트 고로인 2고로와 포항제철소의 핵심시설인 2열연공장 모두 힌남노 당시 침수됐다. 특히 2고로는 변전소 침수로 인한 정전을 겪었고, 2열연 공장은 인근 냉천 범람으로 불이 났다.
임원과 사무직 직원을 포함한 포스코 전 임직원들이 복구작업에 뛰어들었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전기와 기계설비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그 외 침수로 인한 진흙 등 문제는 사무직 직원들까지 나서서 직접 닦아냈다. 정전으로 인해 화장실마저 쓸 수 없어,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상태에서 온 직원이 수십여 일을 복구 작업에 매달렸다. 현대제철 등 동종업계, 또 포항 지역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비상발전기를 돌리고, 침수 피해를 본 변전소를 복구하고, 2고로를 포함한 용광로를 재가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침수 후 단 6일. 화재로 인해 모터 드라이브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2열연이 복구되는 데도 100일 정도만 걸렸다. 복구까지 1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문가의 예상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성과였다.
포스코는 지난달 20일 도금공장과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을 복구하면서 복구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후 현재는 완전 정상 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전기 작업을 진두 지위한 정규점 포스코명장(상무보)은 “모든 임직원이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복구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면서 “처음 침수 피해를 당했을 때는 진흙투성이가 된 제철소 내에 자라와 물고기가 돌아다닐 정도로 상황이 암담했는데 다들 부지런히 나선 덕분에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이번 침수 피해 복구를 ‘제2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초대 박태준 회장이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제철소 건립에 뛰어들어 끝내 결실을 본 것을 제1의 기적으로, 이번 복구를 제2의 기적으로 칭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향후 포항제철소 생산 안정화 및 효율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저탄소 철강 공정과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철강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포항 지역사회와 협력업체·동종업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크게 이바지한다는 계획”이라면서 “이번 침수 피해가 자양분이 돼,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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