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컹하고 두툼하게...플라스틱 정물에 '인공호흡'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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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다기엔 뭔가 부족하고, 푹신하다기엔 뭔가 허전하다.
그저 손가락 하나 꾹 찔러넣으면 그 자국이 한참 갈 듯한, 그래 물컹한 성질이라고 해두자.
물컹하지만 뭉갤 순 없고 잡힐 듯하지만 끄집어낼 수 없는, 작가는 그런 사물을 그린다.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정소윤·허찬미와 여는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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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에 든 독립적 개성 건진 작업
크기·원근 없애고 '플라스틱 질감' 입혀
에어브러시 압축공기로 물감 뿜어 얹고
정물화엔 없는 초현실적 정물들 화면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딱딱하다기엔 뭔가 부족하고, 푹신하다기엔 뭔가 허전하다. 그저 손가락 하나 꾹 찔러넣으면 그 자국이 한참 갈 듯한, 그래 물컹한 성질이라고 해두자. 게다가 말이다. 두툼한 볼륨을 입은 입체감은 또 어떤가. 튀어나올 듯한 율동성을 내리누르는 독특한 시공간이 작용한 듯하지 않은가. 한마디로 ‘세상에 없을’ 이 장면은 작가 김시안(31)이 우리 눈앞에 들이댄 ‘정물 212’(2022)다.
물컹하지만 뭉갤 순 없고 잡힐 듯하지만 끄집어낼 수 없는, 작가는 그런 사물을 그린다. 아니 그렇게 사물을 그린다. 굳이 왜? 잡다한 요소는 다 빼버리고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란다. 다시 말해 “모든 사물에 들어 있는 개성”을 살핀다는 건데.
그래서 크기·원근 등 가장 기본적 룰부터 없앤 ‘사물의 독립성’을 추구한단다. 다만 이들을 하나로 묶는 공평한 대우가 있으니 ‘플라스틱 질감’이다. 종종 ‘생명 없는 사물’을 통칭하는 플라스틱이 작가의 눈에 딱 걸린 사물에게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부여한 거다. 이 작업을 위한 필수 도구는 에어브러시. 압축공기로 안개처럼 물감을 내뿜어 색을 입힌다. 그 ‘숨’ 덕에 보고 그리는 여느 정물화에는 없는 초현실적 정물들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서 정소윤·허찬미와 여는 3인전 ‘그래서, 나의 시선 끝은’에서 볼 수 있다. 갤러리가 2018년부터 매해 첫 기획전으로 꾸리는 신진작가전이다. 회화·섬유공예 30점을 걸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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