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적 ‘오염 엘리트’에게 탄소세를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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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이끄는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얼마 전 '기후불평등보고서 2023'을 발표했다.
연구자들이 망연한 수의 바다를 건너가 확인한 중대한 사실은, 전세계 '탄소 불평등'에서 국가 내의 탄소 불평등이 차지하는 비율(64%)이 국가 간의 탄소 불평등보다 2배 가까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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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이끄는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얼마 전 ‘기후불평등보고서 2023’을 발표했다. 유엔의 지원까지 받은 방대한 연구 결과물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보고서의 절반은 수식(數式)이다. 연구자들이 망연한 수의 바다를 건너가 확인한 중대한 사실은, 전세계 ‘탄소 불평등’에서 국가 내의 탄소 불평등이 차지하는 비율(64%)이 국가 간의 탄소 불평등보다 2배 가까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주요 의제가 기후위기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피해 보상 문제였던 것만 봐도, 이번 보고서가 기존 인식을 뒤집는 것임을 금세 알 수 있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방대한 통계를 분석해 경제학의 많은 정설을 부정했듯이. 실제로 2019년과 1990년의 수치를 비교하면 반전에 가깝다. 물론 국가 간 불평등 문제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탄소 불평등은 온실가스와 관련된 온갖 직간접 배출량을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으로 환산해 평가한 것이다. 흔히 ‘탄소 발자국’이라고 부르는 ‘이산화탄소환산량’(CO2e)의 격차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빈부 격차에 비례한다. 반대로, 개인이든 국가든 각자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기후위기로 입는 손실과 피해는 반비례한다. 이것이야말로 탄소 불평등의 본질이자 정치적 속성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중국의 상위 10%(1인당 38톤)가 여러 고소득 국가의 상위 1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든 개발도상국에서든 소득 격차에 따른 배출량 격차가 고스란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고, 선진국 저소득층보다 개발도상국 고소득층의 배출량이 많을뿐더러, 고소득층의 배출량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귀띔한다.
문제는 남보다 10배도 훌쩍 넘게 탄소를 뿜어대는 초국적 ‘오염 엘리트’다. 그러나 해법도 이들한테서 나온다. 보고서는 강력한 정책적 유인을 권고한다.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탄소 소비를 3분의 1만 줄여도 인류가 하루 5달러 50센트의 빈곤선을 넘는 데 드는 ‘탄소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절대적 빈곤도 종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조세가 호명되고 있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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