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암 발병·전이과정 ‘세계 최초’ 규명
축적된 연구 부족·조기발견 어려워
분당서울대, 세포군집의 진화과정 밝혀
최적의 표적항암제 찾는 데 도움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병률이 유독 높은 질병이 있다. 담낭암이다. 그동안 담낭암은 의료계에 축적된 연구가 거의 없고 조기발견이 어려워 치료가 쉽지 않았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담낭암 발병과 전이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 힘을 보탰다.
8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지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강민수 혈액종양내과 교수·나희영 병리과 교수·안수민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교수)은 정상적인 담낭 상피세포가 암 전단계(전암성) 병변을 거쳐 원발 담낭암, 전이성 담낭암 등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발표했다. 이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세포군집(클론)이 시간·공간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 관찰한 연구다. 김 교수팀은 이번 결과가 담낭암 환자에게 효과적인 표적항암제를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전자에 발생한 돌연변이를 집중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치료가 각광받고 있지만 담낭암엔 예외다. 이론적으로 특정 환자의 암 세포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한 가지 표적항암제 투여만으로도 손쉽게 세포를 박멸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담낭암의 경우 그동안 발병 및 전이 기전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치료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이에 김 교수팀은 전이성 담낭암으로 사망한 환자 2명을 신속 부검해 다수의 정상조직과 전암성 병변, 원발암 및 전이암 병변을 확보했다. 여기에 담낭암 환자 9명을 추가로 분석해 발병 및 전이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 전단계 병변에서부터 세포들의 돌연변이 분포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하나의 전암성 병변은 돌연변이 분포에 따라 여러 개의 클론으로 구성되는데 클론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이긴 클론이 선택되는, 이른바 ‘적자생존의 원칙’ 과정을 거쳐 원발암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진화된 원발암을 구성하는 클론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돌연변이를 획득해 여러 개의 클론으로 새롭게 진화한다. 이후 경쟁을 통해 이긴 클론이 선택되고 그 중 일부가 다른 장기에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 한 개 또는 클론 한 개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암 세포 또는 클론이 동시에 전이되기도 한다. 전이된 암 세포나 클론 역시 돌연변이 획득, 다양한 클론으로 진화, 경쟁 단계 등을 거친다.
본 연구의 1저자인 강 교수는 “담낭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암성 단계에서부터 존재하지만 돌연변이 중 상당수는 암세포 일부에서만 관찰된다”며 “표적항암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암 유전체 데이터에서 단순히 돌연변이 존재 여부만 확인하지 말고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종양 클론의 시간과 공간적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신저자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실제 치료 효과로 연결하려면 각각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신약 개발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시신 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환자와 그의 유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담낭암 연구는 2018년 교육부의 한국형 SGER(Small Grant for Exploratory Research) 과제로 선정돼 3년간 지원받아 이뤄졌다. 현재 의생명과학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에 게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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