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선물···127년 만에 러시아 현지서 첫 공개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특별전 소개
미공개 나전칠기 등 5점 현지서 첫선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 활용 좋은 사례”

조선 고종 임금이 1896년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의 대관식 축하 선물로 보낸 나전칠기, 오원 장승업의 그림 등이 러시아 현지에서 12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의 보존·복원을 지원하면서 성사돼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의 현지 활용 모범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모스크바 크렘린박물관 내 무기고박물관에서 ‘한국과 무기고, 마지막 황제 대관식 선물의 역사’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10일부터 열린다”고 8일 밝혔다. 무기고박물관은 1508년 러시아 황실의 무기고로 세워졌으며 현재는 크렘린박물관이 무기·황실 보석 등을 소장하고 있는 공간이다.
특별전에는 고종이 민영환을 전권공사로 한 사절단을 통해 보낸 17점의 선물 중 크렘린박물관이 소장 중인 ‘흑칠나전이층농’, 장승업의 ‘고사인물도’ 2점, ‘백동향로’ 2점 등 총 5점이 선보인다. 고종은 선물을 보낼 당시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공사관에 머물고 있었다(아관파천). 명성황후가 시해되자 이듬해인 1896년 2월 아관파천을 한 것이다.
특별전 출품작들은 당시 사절단의 일원으로 민영환을 수행해 대관식에 참석한 윤치호의 일기 등을 통해 선물 목록 일부가 알려졌으나 실물이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통 공예품 나전칠기인 ‘흑칠나전이층농’은 검은 옻칠의 바탕과 나전의 영롱한 빛이 어우러지는 조선 후기 걸작이다. 아랫부분에 나전으로 해와 달, 학, 거북 등 십장생을 표현해 러시아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고 있다. ‘흑칠나전이층농’은 특히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2020~2021년 사이 보존처리 비용을 지원하면서 전시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인 장승업의 그림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총 4점 가운데 중국 노자와 관련된 고사를 담은 ‘노자출관도(老子出關圖)’와 시인 이백을 소재로 한 ‘취태백도(醉太白圖)’가 이번에 공개된다. 장승업의 작품들은 높은 수준은 물론 보기 드문 대작이다. 특히 작품에는 낙관(서명) 앞에 ‘조선’(朝鮮)이라는 국호를 붙여 ‘외교적 선물’을 전제로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형미가 돋보이는 백동향로는 사각과 원형의 2점이다. 땅을 상징하는 사각 향로에는 ‘향기로운 연기가 서리다’는 뜻의 ‘향연(香煙)’을,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에는 ‘참다움과 장수·영원한 보물’이란 뜻의 ‘진수영보(眞壽永寶)’란 글자를 새겨 축하 의미를 더했다. 이 향로들은 지난 2010년 국내에 사진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나라 밖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소장품 등 여러 정보를 파악하게 되고 나아가 귀한 문화재들의 공개 전시로까지 이어졌다”며 “비록 나라 밖에 있지만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현지에서 보다 널리 알리고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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