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호 사고 원인…해수상자·밀봉장치 고장 가능성도

최성국 기자 김동수 기자 2023. 2. 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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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해경 등 목포 조선소 예인 후 정밀 감식 착수
CCTV 4개 포렌식 분석 등 전망…"모든 가능성 열어둬"
8일 오전 전남 신안군 임자면 소허사도 앞 해역에서 목포해경이 전복된 청보호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해경 제공)2023.2.8/뉴스1

(목포=뉴스1) 최성국 김동수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전복된 청보호의 인양·예인이 8일 정상적으로 성공할 경우 청보호 사고 원인 조사가 본격화된다.

'물이 터졌다'는 선장의 외침과 함께 7분 만에 청보호가 전복된 원인은 현재까지 불투명하지만, 해상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에 의한 파공·균열과 누수 등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3월 건조된 24톤급 통발어선 청보호는 건조 이후 총 3번의 선체 검사와 1번의 정비를 받았다.

지난해 4월 최초의 정기검사를 받은 청보호는 같은해 6월 승선원 추가를 위한 임시 검사를 거쳤다.

이 배는 최대 14명의 승선원이 탑승할 수 있도록 건조된 반면 선원 등록은 12명으로 돼 이를 13명으로 늘리기 위한 검사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통신범위를 넓히기 위해 통신기를 새로 설치하며 임시 검사를 받았고, 12월에는 배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고 새로 도색하는 작업으로 파악됐다.

4번의 검사 과정에서는 선박 안전 관련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청보호의 전복 원인은 크게 '선체 파손'과 '선체 내부 장비 문제로 인한 침수'로 추정할 수 있다.

청보호는 상대적으로 건조비가 저렴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을 이중으로 겹쳐 만든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FRP 재질은 화재나 외부 파손에 취약하기 때문에 인양 후 정밀 조사를 통해 선체 하단 등에 대한 타공 여부 확인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중수색을 지속 진행한 해경은 청보호에 별다른 파공 흔적을 찾지 못했고, 외부엔 최초 구조작업 과정에서 선체 진입을 위해 뚫어놓은 구멍만 있는 상태다.

해경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현재 청보호 외부에서 보이는 파공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물 속에서 확인하는 데엔 한계가 있어 인양 후 정확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8일 오전 전남 신안군 임자면 소허사도 앞 해역에서 목포해경이 전복된 청보호를 인양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해경 제공)2023.2.8/뉴스1

전문가들은 외부 충돌 등 물리력에 의한 선체 파손을 제외하면 배로 물이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한다.

선박 밑바닥 흡입구로 해수를 유입하는 통로인 '해수 상자' 훼손에 따른 침수와 프로펠러로 들어오는 물을 막는 '밀봉 장치(스턴튜브 씰)' 고장 등이 전복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남균 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부 교수는 "파공과 균열이 없는 상태라면 해수 상자가 손상됐을 가능성 즉, 파이브와 밸브 등 연결 장치에서 누수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 상자는 자동차의 냉각수와 동일한 원리다. 선박의 경우 해수 상자를 통해 바닷물을 유입시켜 엔진의 열을 식힌다. 선체 내부에 수위가 차오를 때 자동으로 배출하는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순식간에 배에 물이 차오른다. 실제 이같은 사고는 해경의 선박 사고 원인 조사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학교 항해융합학부 명예교수도 "해수 상자가 손상돼 바닷물이 유입됐을 경우, 통발 등으로 무게 중심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확 뒤집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해수 상자 외에도 프로펠러 부근에 기관실이 위치해 있어 그 사이로 물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선박의 경우 프로펠러 샤프트(추진축)가 선체 바닥을 통해 선미(배 뒷부분) 쪽으로 연결돼 있는데, 물이 들어오는 곳을 막는 밀봉 장치(스턴튜브 씰) 고장으로도 침수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손희산 목포해양대학교 선박수리지원센터 기업지원실장도 "선박 내부에 설계 도면을 봐야 정확하겠지만, 프로펠러 밀봉 장치가 고장나면서 물이 새어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며 "청보호처럼 소형 선박의 경우 프로펠러 부근에 기관실이 위치했을 것으로 보여 이같은 상황도 누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 내부로 물이 들어오면 배 무게가 증가하고 부력이 상실돼 선박 복원력이 떨어진다"며 "이럴 경우 작은 경사(파도)에도 중심을 잃고 쉽게 뒤집어진다"고 덧붙였다.

청보호가 출항 전부터 일부 기울었고, 과적된 상태였다는 일부 구조자의 진술도 정밀 감식을 통해 규명해야 할 과제다.

현재까지 해경은 청보호에 개당 무게 3~4㎏의 통발 3000여개가 배에 실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40톤급 통발어업 어선은 3500여개의 통발을 실은 채 어업을 할 수 있다.

40년간 전남 신안 해상에서 어업활동을 한 어망어선(10톤급) 선주 오모씨(60)는 파이프관을 연결하는 고무 부위에서 물이 샐 경우가 많다. 한번 새어나오면 많은 양의 물이 배로 유입된다"며 "통발이 3000개가 있었다는 보도를 봤는데 짐이 많은 상태에서 물이 새어나오면 확 하고 배가 뒤집힌다. 균형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배는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해철 목포해양경찰서장이 8일 오전 목포해양경찰서 3층 소회의실에서 24톤급 근해통발어선 청보호 전복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2.8/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청보호 인양을 준비하고 있는 목포해경은 목포의 한 조선소로 예인작업을 마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해양교통안전공단,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 선박 외부 균열, 자동 조난신고용 VHP 버튼 사용 여부, 구명뗏목 설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청보호에는 기관실 등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4개 설치돼 있어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한 사고 당시 현장 상황 확인도 사고 원인 규명의 주요 단서가 될 전망이다.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전복 선박 인양 단계에 집중하는 중"이라며 "통발의 갯수 등은 인양 후 확인할 수 있다. 인양 완료 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 선주와 배 건조 업체, 구조자 진술 등을 다각도로 조사해 차근차근 사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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