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회장직’ 14년 기록 깨지나…어떤 경제단체길래
4년 임기 3번째 역임…‘중기 차르’ 뒷말도
선거법 위반 혐의 ‘사법적 변수’ 남아
국내 경제 6단체 통틀어 회장 자리를 오래 지킨 대표 사례는 코오롱그룹 창업자인 고 이동찬 회장이다. 이 회장은 1982년부터 1996년까지 14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이는 고 김상하 삼양그룹 명예회장이다. 김 회장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12년 동안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최장 기록을 남겼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도 비슷한 반열에 들어 있다. 지에스(GS)그룹 명예회장인 허 회장은 2011년부터 여섯 차례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임 12년에 이르고 있다. 그는 임기 만료를 한달 앞둔 지난달 사임 뜻을 밝혔다.
경제단체 회장직 재임 최장 기록이 머지않아 깨질 것 같다. 기록 경신 후보자는 김기문(68)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다. 김 회장은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에 지난 7일 단독으로 입후보한 상태다. 그는 2007~2015년 4년 임기 회장을 두 차례 지냈으며, 2019년 3월부터 다시 4년간 26대 회장을 역임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 회장에 선출돼 임기를 무사히 마친다면, 모두 16년간 회장직을 맡는 셈이다. 이동찬 회장의 14년 기록을 넘어선다. 재계 안팎에선 ‘중기업계의 차르’라는 뒷말이 나돌 정도다.
김 회장은 1988년 시계 전문업체 로만손을 창업한 기업인이다. 로만손 사명은 2016년 5월 제이에스티나로 바뀌었고, 업종은 시계·패션으로 넓어졌다. 김 회장은 특수관계인과 함께 이 회사 지분 33.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회장의 기록 경신 여부에 변수는 남아 있다.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사법적 돌부리에 걸릴 수 있다. 김 회장은 2019년 2월 치러진 중앙회장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 쪽의 헌법소원 제기 탓에 재판 일정이 지연돼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중앙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법적 외 시빗거리도 있다. 김 회장 창업 회사인 제이에스티나가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중견기업을 아우르는 단체(중견기업연합회)가 따로 있는 터여서 그가 중기중앙회장을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대목이다. 중기중앙회 쪽은 이에 “(김 회장이) 선거에 나서지 못할 결격 사유는 아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조합원 또는 조합 이사장 요건을 갖추면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게 돼 있는 대목을 일컫는다. 중기중앙회 회원사 중에는 중견기업도 일부 들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기중앙회장은 728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자리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대통령·국무총리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국외순방에 동행하는 일원이다. 또 중기중앙회는 중기 전용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 최대주주이며, 운용자산 21조원 규모의 노란우산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중기회장직의 이런 무게감에 비춰 단독 입후보는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낳을 만하다.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단독 후보 출마로 치러지는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5·2019년 선거 때는 각각 5명의 후보가 나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공교롭게 김 회장이 연임하게 되는 두 차례 선거(2011·2023년) 모두 단독 입후보로 치러지는 이례적인 양상이라 궁금증은 더 커진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에서 오래 회장으로 일한 분들은 본인이 고사했음에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했던 경우였다”며 “중기중앙회 쪽의 장기집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중기중앙회 외 다른 경제단체에선 “대개 추대 방식으로 회장직을 뽑는 관례를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를 띤다”며 “이미 회장으로 오래 재임한 데다 자격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후보의 회장직 도전이 중소기업계 전반의 이미지를 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차기 중기중앙회 회장은 8~27일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28일 열리는 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대표·이사장으로 짜인 선거인단(570명)의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 요건에 따라 선출된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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