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의 현장에서] 미운털 박힌 라이더, 추앙받는 ‘딸배헌터’

2023. 2. 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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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움과 광기가 적절히 조합된 의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튜버 '딸배헌터'의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딸배헌터의 영상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까지 약 27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그 빈 틈을 파고든 딸배헌터 같은 유튜브 콘텐츠들이 '정의'와 '참교육'인 것처럼 포장돼 박수받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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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움과 광기가 적절히 조합된 의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튜버 ‘딸배헌터’의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딸배헌터란 배달기사를 낮춰 부르는 말인 ‘딸배’와 사냥꾼을 뜻하는 ‘헌터’의 합성어다. 이름에 알 수 있듯 그의 콘텐츠는 법규를 위반한 채 운행하는 배달기사들을 신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신호위반은 물론 번호판 없이 달리거나 인도에서 주행하는 배달기사들이 딸배헌터의 주요 신고 대상이다. 그는 최근 올린 영상에서도 본인의 행동을 ‘토벌’이라고 부르며 배달기사 잡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이 직접 그에게 전화해 ‘무더기 신고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할 정도다.

딸배헌터의 영상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까지 약 27만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구독자 대부분은 딸배헌터의 활동을 두고 ‘의행’이라고 치켜세우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치 ‘나쁜’ 배달기사들에 맞서 대신 싸워주고 신고를 통해 응징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정의로움’ ‘참교육’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딸배헌터 콘텐츠를 향한 열광적인 인기에서 얼핏 배달기사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배달기사들에 대한 인식의 현주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배달업계 기사를 쓸 때마다 달리는 댓글도 배달라이더를 향한 비난이 대부분이다. 법규를 위반한 채 위험천만한 운행을 감행하는 배달기사의 행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빠른 배달, 시간이 돈이 되는 배달기사들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의 한 조사에서 배달종사자 10명 중 4.3명이 최근 6개월 내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잦은 사고가 결국 배달기사를 향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달기사의 안전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배달플랫폼 역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배달업 종사자들이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받는 안전보건교육 이수율은 79%로 알려져 있다. 언뜻 높아보이지만 그 중 72.2%는 온라인을 통해 교육을 받은 경우다. 온라인 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왔다. 2시간 정도 강의를 수강하고 문제를 풀면 배달라이더 자격이 주어지는데 정답마저도 인터넷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2시간 분량의 강의 내용을 듣지 않아도 문제를 풀 수 있다 보니 누구나 손쉽게 라이더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2021년에 진행된 배달종사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사업주나 협회로부터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은 적 있느냐’ 질문에 ‘전혀 없다’가 45.1%에 달했다. 배달기사를 고용해 매출을 올리는 플랫폼업체들이 그만큼 책임을 성실히 지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이처럼 부실한 안전교육은 배달기사의 사고위험을 높이고 나아가 배달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빈 틈을 파고든 딸배헌터 같은 유튜브 콘텐츠들이 ‘정의’와 ‘참교육’인 것처럼 포장돼 박수받고 있는 현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는 특정 유튜버의 ‘참교육’보다 배달플랫폼업계 전체가 해야 할 진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20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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