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쉽게 돈 버는 길은 없다

2023. 2. 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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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생전 나눴던 대화들이 있다.

부모 앞에 못 할 말이 있을까.

상사, 월급, 비전, 복지.... 평생 소상공인으로 가게를 운영한 아버지는 그냥 말없이 듣고만 계셨다.

아버지의 말처럼 정말 월급 주는 입장이 된 터인데 때는 극심한 코로나로 있던 식당도 줄줄이 문 닫았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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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생전 나눴던 대화들이 있다. 부모 앞에 못 할 말이 있을까. 회사에 대한 불만을 한참 토로했던 적이 있다. 상사, 월급, 비전, 복지.... 평생 소상공인으로 가게를 운영한 아버지는 그냥 말없이 듣고만 계셨다. 한참 뒤에 한 마디 했다. “네가 월급 줘 봐라. 그럼 안다.”

예언이었나. 개인사로 잠시 식당을 운영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의 말처럼 정말 월급 주는 입장이 된 터인데 때는 극심한 코로나로 있던 식당도 줄줄이 문 닫았던 시기다.

순댓국식당이다. 순댓국 한 그릇을 팔려면 우선 뼈의 핏물을 빼고 삶아 국물을 빼낸 뒤 고기를 썰고 야채를 다듬어야 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그릇에 담아 내놓고 계산하고 테이블 정리하고 설거지를 해야 한다.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물론 그 외에도 오만가지 잡일을 다 적을 순 없다.

그나마 손님이라도 있으면 낫다. 텅 빈 식당에 직원과 멍하니 TV를 볼 때면 별별 생각이 든다. 가장 괴로운 건 월급날이다. 월급을 지체하면 직원은 그만둔다. 새로 뽑는 것도 일이고 적응하는 건 더 큰일이다. 차라리 월급을 올리는 게 낫다.

월급날이 다가오면 잠을 설친다. 외상 재룟값과 월급, 월세를 제외하면 정말 남는 게 없다. 아이가 레고 장난감을 좋아했다. 그전엔 눈에 잘 안 들어왔던 가격표가 식당 운영을 할 땐 나도 모르게 계산부터 했다. ‘이거 하나 사려면 순댓국 몇 그릇이지?’

짧은 기간이지만, 감히 장사해봤다고 말하기도 민망한 기간이지만 개인적으론 참 값진 경험이었다. 얼마나 창업은 고된 것인가. ‘가게나 하나 하자’는 말은 이제 입 밖에 내기도 무섭다. 손해 본 돈이 무섭고, 몸을 ‘갈아 넣은’ 시간이 무섭다.

요즘 20대 창업이 인기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이 창업에 뛰어드는 세대가 이 세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의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업체 수는 전년 대비 1만개가 줄었는데 20대와 30대가 대표인 사업체는 오히려 각각 2만2000개, 2만6000개 늘었다.

젊음은 도전이다. 이건 불변의 진리다. 안정된 직장생활이 아닌 나만의 인생을 도전하겠다는 젊음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경험은 축적된다. 다만 인생은 무한도전이 아니니까 꼭 충분한 검토와 대비를 거친 도전이길 바란다. 같은 조사에서 창업 동기 1위는 ‘자신만의 사업을 경영하고 싶어서’이고, 2위는 ‘수입이 더 많을 것 같아서’로 나왔다. 전자는 도전이지만 후자는 바람에 가깝다.

소상공인 사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은 2800만원. 최저임금 연봉과 큰 차이가 없다. 누군가는 큰돈을 벌겠지만 대부분은 먹고살기도 힘들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 창업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을 알고 도전하면 된다. 그래야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다.

사실 20대가 대거 창업에 뛰어드는 건 단순히 젊음, 도전만은 아닌 것 같다. 직장생활을 원해도 취직부터 어렵다. 그러니 더 창업전선에 내몰린다. 강요된 도전 같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20대의 ‘창업 러시’가 부럽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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