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도미노 인상 우려에 이주호 "유감"…사실상 '경고장'

고유선 2023. 2.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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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 40%가 "내년쯤 인상 검토"…"15년 이어진 동결정책 한계치"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올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이례적으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학가에 사실상의 '경고장'을 보냈다.

대학 등록금고지서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각종 물가 상승에 더해 대학들의 등록금까지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점쳐짐에 따라 급하게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가에서는 15년간 이어진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8일 예정에 없던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 브리핑을 열고, 보도자료 '주요내용' 요약 맨 윗줄에 국가장학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학 등록금 동결 촉구 내용을 적었다.

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름으로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는 코멘트도 포함했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사실상의 경고장을 보내고 아직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는 대학이 있는 점을 겨냥해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보도계획에 없던 자료를 배포하고 브리핑까지 열어 이처럼 등록금 동결을 촉구한 것은 조만간 대학가의 등록금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09년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추가했다.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등록금 인상 여부를 연계해 동결을 유도한 것이다.

2010년에는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만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아예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대학이 대다수였다.

등록금 인상 규탄하는 대학생 단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23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3 ondol@yna.co.kr

문제는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물가상승률은 높아지는 와중에 정부의 등록금 인상 정책이 15년째 이어지며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공시 기준 4년제 일반대학(교대 등 제외)의 등록금은 1인당 평균 679만4천원으로 정부가 등록금 규제를 내놓기 직전인 2008년과 비교하면 1.0% 높은 수준이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2022년 실질등록금은 632만6천원으로 2008년 대비 23.2% 낮은 수준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재정난을 호소하는 대학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등록금을 계속 묶어뒀다가 고사하느니 법정 한도 안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 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질문별 108∼114명)의 39.47%(45명)가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1학기(10명)와 2학기(1명) 등록금을 올린다고 응답한 총장들을 포함하면 49.12%가 2023∼2024학년도에 등록금을 높이겠다고 한 셈이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대학(41.67%)이, 설립유형별로는 사립대학(47.30%)이 내년에 등록금 인상을 검토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학생 충원이 비교적 수월한 수도권 대학과 국·공립대학은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의견(각 40.48%·38.46%)이 더 많았다.

이전에도 일부 교대나 비수도권 사립대가 등록금을 인상한 적이 있었지만 이처럼 대다수 대학이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는 않았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법정 한도가 4%까지 높아진 점도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 지원 포기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한몫을 했다.

등록금을 인상을 결정한 동아대의 이해우 총장은 "(학부 등록금 3.95% 인상으로) 한 50억 정도 여유자금이 생기는데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분석해보니 20억 정도였다"며 "다른 대학은 (올해는) 주저했지만 내년부터는 (등록금 인상의) 물꼬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등록금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수도권 대학 총장은 "이 부총리도 임명 전에는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규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주장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특히 지역대학은 지금 고사 직전인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총장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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