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live] '유일한 정장차림' 이정효 감독의 소신, "편하면 최고가 될 수 없다"

백현기 기자 2023. 2. 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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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백현기(서귀포)]


"사람들은 서울대학교 학생은 서울대학교 나온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저는 그게 많이 아쉽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가르치면 된다. 저도 정장이 아니라 편하게 입어도 된다. 하지만 편하다 보면, 어떤 일에 있어서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


말끔한 정장으로 회견석에 앉은 이정효 감독의 한마디였다.


광주FC는 8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빠레브 호텔에서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25승 11무 4패라는 유일무이한 성적으로 K리그2 역대 최단 기간 우승을 확정한 이정효 감독은 K리그2 최다승-최다승점(기존 20승, 73점) 신기록, K리그2 홈 최다연승(10연승), 홈 전 구단 상대 승리 등 숱한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제 K리그1에 도전한다. 2021시즌 K리그1에서 최하위로 강등된 이후 한 시즌 만에 곧바로 반등에 성공하며 우승으로 직행 승격을 이뤘다.


물론 부침이 없던 것은 아니다. 중원의 핵심인 김종우가 포항으로 떠났고, 지난 시즌 12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였던 헤이스도 제주로 이적했다. 핵심 자원들이 떠났지만 광주는 지난 시즌 압도적인 성적의 기운을 K리그1에서도 이어가려 한다.


광주의 ‘이유 있는’ 자신감의 근원은 이정효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2022년 초보 감독으로 광주의 지휘봉을 잡은 이정효 감독은K리그 1, 2부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이달의 감독상 2회 선정(4, 9월), K리그2 대상 감독상 수상 등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정효 감독은 거침이 없었다. K리그1의 강팀들을 상대로도 기존에 추구했던 공격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동시에 자신감있는 모습으로 K리그2에서 순전히 '능력'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 미디어캠프 중 유일하게 정장을 입고 온 이정효 감독의 소신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하 광주FC 이정효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각오


동계훈련은 선수들과 같이 잘 했고, 준비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안되고 있지만 선수들이 준비를 잘 하고 있어서 많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은 다 손쉽게 올라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선수들의 피와 땀을 다 쏟아서 올라왔다. 그런 부분이 퇴색돼서 아쉽다. 다시 한번 피와 땀과 노력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당연히 K리그1와 K리그2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주의 방향은 명확하다. 올해도 우리가 했던 공격 축구를 K리그1에서도 보여주겠다.


스타일


한 골을 넣으면 두 골을 넣겠고, 두 골을 넣으면 세 골을 넣겠다. 그 방향은 광주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제 색깔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시작 전에는 더러운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용기있게 도전하자고. 실패는 다 책임지겠다.


훈련이 잘 안됐다고 했는데


의욕은 좋고 몸 컨디션도 좋다. 하지만 아직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부분을 아직까지는 잘 이행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물론 잘 이해시키지 못한 것도 내 잘못이다. 하지만 오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해서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어떤 문제?


전술적인 문제다.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 팀은 공격, 한 팀은 수비를 두고 훈련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꿔서도 훈련한다. 제가 의도적으로 훈련할 때 선수들이 공격에 적응하려면 수비로 바꾸고, 수비를 하려면 공격으로 바꾼다. 그 부분에서 선수들이 머리를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남기일 감독과의 실패 경험은 도움이 됐나


남기일 감독과 두 번을 같이 승격을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너무 지키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제가 감독을 맡게 되면 한국 정서상 K리그2 감독을 맡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K리그2 팀을 맡게 된다면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키는 것보다 공격을 추구하겠다.


오히려 역효과가 되지 않을까


되묻겠다. 울산과 전북, 제주, 서울 같은 팀들을 상대로 지키면서 진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오히려 공격을 하고 패한다면 남는 것이 있다. 나는 먼저 선수들에게 “나는 공격을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먼저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제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선수들도 제 생각을 잘 이해하고 이행할 것이다.


로테이션이 가능할까


다행히 지키려 했던 선수들은 지켰고, 영입하고자 했던 선수들은 어제 합류를 했다. 24~25명 정도는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어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2명 정도는 더 와야할 것 같다. 그래야 여름에 조금 더 여유가 있을 것이고 교체도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자단에게 커피도 쏘셨는데, 선수들에게도 밥을 잘 사주나


운동장에서의 2시간은 다른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 밖의 시간은 동네형처럼, 아저씨처럼 잘 지내려 한다. 선수들도 제게 운동장과 밖에서의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왜냐하면 저는 프로이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운동장 안에서는 ‘프로선수답게’ 하려 한다.


저번 미디어데이 때 다른 팀들에게 무시를 받았는데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선수들은 동계 때 열심히 하고 저도 준비를 많이 했는데, 팀 자체를 싸그리 했던 무시했던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칭찬에 참 인색한 것 같다. 그래서 저는 칭찬을 많이 한다. 선수들을 나무랄 때도 있고 압박을 할 때도 있지만 잘할 때는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러지 않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더 잘하려 한다.


끝까지 ‘공격 앞으로’ 유지할 것인가


우리 광주가 어린 선수들이 많고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을 앞으로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올림픽 대표로 최대한 많이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계속해야 하고 맞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목표


어제 네 명의 선수들이 새로 왔다. 팀 미팅을 할 때 목표를 말했다. 어떤 지인 분들이 무모하게 자신감이 있다고 한다. 제가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라 다시 한번 이야기하자면 저는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선수들이 K리그2 우승을 하며 성장을 했고, 전지훈련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선수들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매우 기분이 좋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K리그1에서 얼마나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목표 성적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올림픽, 청소년 대표 등에 더 많이 선발되고 싶다. 팀적인 목표는 선수들과 공유하겠다.


김종우가 나갈 때 울었다던데


(김)종우가 떠나 아쉽다. 동계 전지훈련 때 많은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좋은 선수다. 종우의 빈자리는 클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이는 광주의 팀의 숙명이다. 충분히 대체를 하고 있고 그 선수가 잘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독서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좌우명이 있나


메신저 프로필에 이 세 가지를 적는다. 작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의 '수적천석', 많이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 그리고 음지에서 베풀면 결국 돌아온다는 의미의 '음덕양보'를 적어놓는다. 이 세 가지를 매일 계속 되뇌이려 한다.


감독님만 정장을 입고 오셨다. 각오가 남다른 것 같다.


저는 계속 잘해야 한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직 우리나라 정서는 서울대학교 학생은 서울대학교 나온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저는 그게 많이 아쉽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가르치면 된다. 저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게는 꿈이 있다. 선수들에게도 더 큰 꿈을 가지라 한다.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으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 저도 편하게 입으면 된다. 하지만 편하다 보면, 어떤 일에 있어서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


1부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광주 축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광주의 환경 자체가 문제라 생각한다. 저희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별로 없다. 운동장도 주어진 시간 2시간밖에 쓰지 못한다. 운동을 하다가 쫓겨난 적도 있다. 그런 환경 자체부터 바뀌어야 한다. 운동장이 마련되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구단주인 시장님께 다행히도 운동장을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들어주셨다. 그런 부분들이 K리그1에서도 자리잡을 수 있는 밑바탕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잠재력을 어떤 면에서 확인했나


제가 스스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갖는 것은 자신들의 몫이다. 제가 먼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선수들도 더 욕심을 부리라는 면에서 그런 말을 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1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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