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1인 정부’, 초조하니까 노조 때린다”

안영춘 입력 2023. 2. 8. 10:25 수정 2023. 2. 8. 1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안영춘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조돈문 한국비정규센터 이사장
이명박·박근혜도 처음엔 정책·대화 시도… 윤 대통령은 거꾸로
이탈 지지층 결집하려 국민·사회통합 포기하고 ‘공통의 적’ 배치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기자회견에서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비정규센터 이사장이자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책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조사한 자료들은 다시 구할 수 없기에 모아놓는다고 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정부가 노조에 대한 공격에 연일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은 그나마 ‘실물’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상징과 이미지가 대상이다. 탐욕스럽고 파렴치하다고, 부패가 의심된다고, 강자라고 공격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 착취’고, 민주노총이 제정에 공을 들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애먼 자본가를 협박하는 사악한 도구라는 주장이 뒤따른다.
노조에 대한 공격은 보수 권위주의 정부 때면 마치 자연법칙처럼 등장하고는 했다. 다만 다짜고짜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적어도 초기에는 정책 의제를 노동계에 던지고 대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라도 갖췄다. 윤석열 정부는 곧장 ‘노조 악마화’로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징후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일 때부터 뚜렷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은 윤 대통령 개인의 의식 세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책 비판만으로 그 실상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할 터이다. ‘연구자 너머의 연구자’한테서 이론과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자, 한국비정규센터 이사장이자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과학부 명예교수를 지난 2일 찾아갔다. 그는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최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의 여론조사를 이끌었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앞서 실시한 조사의 허구성을 들추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3대 부패 척결’의 기치를 들었다. ‘노동 부패’가 맨 앞에 있다. ‘공직 부패’와 ‘기업 부패’는 들러리가 아니었나 싶을 만큼, 그 뒤로 언급조차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오로지 ‘강성노조’ 타령이었다. 민주노총을 불법집단으로 규정하면서 타격하겠다고 공약했다. 집권하면 뭘 할지 일찌감치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개인의 ‘1인 정부’다. 윤 대통령만 보이고 다른 구심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고로 판단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말만 ‘3대’지, 노동 탄압 말고 뭐를 더 보여줄 수 있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노조를 공격하지 않았나.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나름 정책을 표명하고, 대화도 해보다가, 안 되면 탄압을 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거꾸로다. 노동부를 통해 노사관계나 노동시장 정책을 수립·집행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노조부터 탄압하고 나섰다. 겉으로 ‘노사법치주의’를 앞세우는 건 충성스러운 검찰을 중심으로 경찰, 국정원 같은 억압적 국가기구를 통해 얼마든지 노조를 불법집단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2023년도 제6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아닐 20개 중점과제와 부처별 후속 조처 계획을 보고받았다. 20개 중점과제 가운데 ‘3+1 개혁’ 과제로는 윤 대통령이 취임 초 언급한 노동·교육·연금의 3대 개혁에 정부 개혁이 추가 선정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런 유례없는 접근 방식을 쓰는 데는 무슨 의도가 있을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견줘 정권 초기 상황이 훨씬 절박하다. 윤 대통령은 1%포인트도 안 되는 역대 최저 득표 차로 당선됐다. 당선 2주 뒤 여론조사에서도 55%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대 당선자들은 80% 안팎이었고, 직전 문재인 당선자는 87%였다. 그 뒤로도 국정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통합·국민통합을 표방하는 대신, 대선 이후 이탈한 보수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게 급하다. 이때 필요한 게 ‘공통의 적’이고, 그 공통의 적이 지금 노조와 북한 아닌가. 그런 면에서 노조 탄압은 대단히 정치적인 행위다.”

―틈만 나면 ‘자유’를 강조하는 걸 보면 엉뚱하다 싶다. 신자유주의 대부격인 밀턴 프리드먼을 오래 사숙했다고도 한다. 그가 말하는 프리드먼이 그 프리드먼 맞나.

“그 프리드먼이 맞다. 프리드먼의 자유는 오로지 ‘시장의 자유’고, 본질은 ‘자본의 독재’다. 자유 시장과 자본의 자유는 목적이자 목표고, 권위주의적인 통치는 그것을 위한 수단이다. 프리드먼은 칠레에서 군부 쿠데타 정부를 적극적으로 도와,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가 만들어놨던 법제도를 철폐시켰다. 당연히 강제력이 필요했다. 좌파 정당들에서 시작해 노조, 교회 세력까지 차례차례 탄압하면서, 시장과 자본 기득권에 대한 사회적 규제를 없앴다. 지금 윤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윤 대통령의 노조 탄압은 정치적인 행위이면서 동시에 신념의 실천이다.”

―그나마 프리드먼식 신자유주의는 현재 자본주의의 세계적 흐름과도 동떨어진 거 아닌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 주체들도 실패를 인정한 지 꽤 됐다. 21세기 들어 중남미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던 ‘1차 핑크 타이드’ 때부터 신자유주의에 결함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고,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세계적으로 시장과 자본의 독재가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거기에서 나온 개념이 이른바 ‘포용적 성장’이었다. 한마디로 불평등 문제 해결에 신경 써야 하고, 시장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때 주목받은 게 스웨덴 모델이다.”

―스웨덴 모델이라면.

“세계금융위기 때 인구가 적고 국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스웨덴은 다른 선진자본주의 국가보다 큰 타격을 입었지만, 2010~2014년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비결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노동과 자본이 상생하는 ‘유연안정성 모델’이었다. 고용보호체계,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실업자 소득보장체계가 뛰어난 덕분에 노사가 위기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기업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비용을 떠넘기지 않고, 노동자들도 파업을 자제하고 필요할 때는 해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스웨덴은 사회적 평등 지수, 성별 임금 격차, 사회보험 적용률, 단체협약 적용률 같은 사회적 통합지수에서 압도적 1위 국가다.”

―윤석열 정부가 시대착오적이라면, 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실패한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을 윤석열 정부가 맡은 꼴이다. 얼마 전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를 보니까, 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나자 재벌 회장이 “이제 굴뚝 장사는 끝났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더라. 저임금과 노동시간 연장으로 외연적 성장과 절대적 잉여가치 증대를 추구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질적 성장, 기술혁신 등을 통한 상대적 잉여가치 증대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윤석열식 정책은 경제와 기업의 진화를 도리어 막는 것이다. 또 노조를 무력화하면 소득 분배율이 악화되고 노동자들이 가난해지면서 내수시장이 더 침체할 것이다. 그럴수록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하니 재정은 더욱 열악해질 테고, 결국 불평등 해소와 사회 통합을 위해 쓸 수 있는 자원마저 고갈되지 않겠나.”

―<재벌집 막내아들> 말씀을 들으니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떠오른다.

“내포적 성장으로 가려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과 위험한 일자리를 없애고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걸 할 수 있으려면 원청의 책임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늘려 인력 부족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나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청노동자 파업에 강경 대응한 것은 노동계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좋은 일자리를 요구해봐야 턱도 없다, 괜히 다치기만 한다, 정부는 자본과 시장을 엄호할 것이다….’ 과연 조선산업의 미래가 있겠나 싶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한 걸 보면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도 무관심해 보인다.

“안전을 비용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한 일자리와 시민 안전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케이티엑스(KTX)의 남성 열차팀장은 본사 정규직이고, 여성 승무원들은 자회사 소속이다. 남성 팀장이 여성 승무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면 불법 파견이 된다. 여성 승무원은 정보 공유도 안 된다. 2018년 12월 강릉발 케이티엑스 열차가 탈선했다. 인원이 많은 여성 승무원들이 승객을 직접 안내해야 하는데, 사고 원인이나 대처 방안을 전달받지 못했다. 승객들이 제대로 안내도 못 받고 위험한 선로에 내려 우왕좌왕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려는 것도 비용과 관련돼 있나.

“시행 1년이 지나 ‘효과가 없다’며 온갖 공세를 펴는데,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사실 입법 단계에서부터 누더기로 만들어졌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빠지니까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졌고, 가장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제외됐다. 원청 경영책임자가 책임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많으니 하청업체 안전 장비에 제대로 투자하거나 기왕 있는 장비나마 제대로 운영할 리도 없다. 처벌받는 원청 경영책임자가 없는 것과 중대재해가 줄지 않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근거로 ‘경영책임자의 높은 처벌 위험’을 드는데, 내가 보기에는 핑계다. ‘비용을 더 줄이고 이윤을 더 내겠다’는 게 진짜 속내다.”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란봉투법’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용노동부가 발족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정책’ 권고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선 구체성이 없고 추상적이다. 방향성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은 대체근로 사용 범위 확대, 사업장 점거 제한 같은 노사관계 부문이고, 가장 구체적인 건 노동시간 연장이다. 국회 의석이 모자라 당장 주 52시간 상한제를 없애지 못하니, 연장근로 단위 다원화가 어떻고 유연근로제가 어떻고 하면서 온갖 복잡한 방안을 늘어놨다.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더 쉽게 하겠다는 곳이 중소·영세 사업장인데, 그런 사업장일수록 근로시간 기록 의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노조가 없으니 협의하고 합의할 대상도 없다. 가뜩이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들 사업장 노동자가 쉬운 먹잇감이 될까 우려된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실체는 뭐라고 보나.

“말은 전문가 그룹이라는데, 무슨 실태를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내서 치열한 공방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하지 않는다. 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논쟁이 벌어지게 되면 감당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권고안이 ‘경제계 민원 처리용’이라는 비판이 있던데, 내가 보기엔 윤 대통령의 ‘답정너’ 답안지다. 대선 후보 때부터 ‘주 120시간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제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던 레퍼토리가 떠오르지 않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새해 업무보고에서 ‘노사 대등성을 확보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강성노조의 힘을 빼겠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인데, 이 또한 윤 대통령의 오랜 레퍼토리다. 물론 진실은 사쪽으로 기운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노동시장 이중구조’라는 말은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가.

“노동시장은 진짜 이중구조다.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의 벽은 확고하고 갈수록 경직되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라고 말하면서 노리는 것이 이중구조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 프레임으로 특정 세력을 공격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건 정규직 임금을 빼앗아 비정규직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임금 하향 평준화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은 생산성 향상을 어느 정도 따라간 거고,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았던 거다. 나쁜 일자리를 없애는 게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상식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길이다.”

―‘노조 혐오’ 정서가 노조의 운신을 어렵게 하지 않나.

“혐오 정서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당한 근거는 없다. 또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도 사용자가 만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를 방해하는 건 누군가. 자본이다.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 최저임금 1만원 투쟁, 이른바 ‘전태일 3법’ 투쟁을 가장 열심히 한 주체는 바로 민주노총이다. 지금 민주노총의 조합원 가운데 3분의 1이 비정규직이기도 하다. 다만, 완성차 업체 등 일부 현장에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노총은 시민의 시각과 눈높이를 고려하는 것도 부족해 보인다. 코로나19 초기에 사회적 대화를 제안해놓고 거부한 것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3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고,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판단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