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트는 ‘2014 강정호’···염경엽 감독이 LG에 적용할 ‘120경기론’
2023년 LG는 야수진이 넘친다. 벤치 멤버 또한 주전급으로 분류될 만큼 선수 면면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1군 외야수만 해도 5명이다. 김현수와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에 새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이 합류해 있다. 외야수 세 명에 한 명은 지명타자로 출전하더라도 나머지 한 명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
내야진에서는 오지환(유격수), 서건창(2루수), 문보경(3루수), 이재원(1루수)이 일단 주전으로 시즌을 준비하면서 유격수 백업으로는 손호영, 2루수와 1루수 백업으로는 송찬의가 따라붙고 있다. 3루수 백업으로는 베테랑 김민성이 준비 중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들 각각의 시즌 출전 경기수를 조절해 야수진을 선순환시킬 계산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1군 선수 가운데서도 확실한 주전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이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김현수는 베테랑이지만 경기 출전에 대한 의지가 유난히 강하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40경기 이상 출전했다. 또 김현수는 지명타자보다는 좌익수로 뛰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감독은 현 144경기 체제에서 1군 선수들이 최적의 기량을 낼 수 있는 출전 경기수를 120경기 남짓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결과적으로 선수 개개인이 최고의 성적을 내는 것이 선수 본인에게 이롭고, 팀에게도 이롭다. 모두에게 좋은 것을 누구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120경기론’을 적용하면 LG 외야진의 주전급 선수 5명은 누구라도 최다 130경기를 넘겨 출전하지는 않을 전망. 반대로 누구라도 최소 100경기 이하로는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이 지난달 말 스프링캠프지로 떠나기 직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모델’로 제시한 것은 2014년 강정호(당시 넥센 히어로즈) 사례다.
강정호는 2013년과 2014년 사이에 혁명적인 기록 변화를 만들었다. 2013년 타율 0.291 131안타 22홈런 96타점 OPS 0.876으로 활약한 강정호는 2014년 들어서는 아예 ‘비교 불가’ 수준의 성적으로 조명받았다. 타율 0.356 149안타 40홈런 117타점 OPS 1.198로 야구만화에나 나올 법한 기록을 남겼다. 강정호의 다음 시즌 행선지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였다.
당시 히어로즈 사령탑이던 염 감독은 “강정호가 1년 사이 기술적 변화로 시즌 성적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 경기수 조절에 있었다”며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그 기간을 예방하듯 조정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는 경기를 늘린 결과였다”고 말했다.
실제 강정호는 2013년에는 126경기에 출전했지만, 2014년에는 그보다 9경기가 적은 117경기에만 나오면서도 안타와 홈런, 타점 등의 수치를 대폭 늘렸다.
이를 배경으로 보자면 올해 LG의 야수진 운용법도 짐작이 가능해 보인다. 어쩌면 이 또한 팀의 문화일 수 있다. 감독과 선수 간 소통과 이해 그리고 ‘확신’이 필요한 대목일 수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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