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애만 쓰는 것 말고[플랫]
일도, 취미도 짝사랑같이 느껴지는 때가 수시로 찾아온다. 재능도, 승산도 없는데 미련하게 이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뭔가 결심하기 좋은 때이고, 계속해볼 마음이 있으니까.
지난해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귀와 어깨를 멀어지게 하세요”이다. 요가 선생님들은 애먼 데 힘을 주는 수강생들에게 곧잘 이렇게 말한다. “어깨 내려요, 어깨!” 피아노를 칠 때도 소름 돋게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부분을 의도대로 잘 쳐보려고 할 때 꼭 이런 일이 생긴다. 긴장하면 보통 팔이 몸통 쪽으로 쪼그라들며 어깨가 솟는다. 재빨리 인지하고 힘을 푸는 게 중요하다.
‘뭔가를 얻으려면 몸을 혹사해야 한다’는 믿음은 배움 또는 성장과 관련해 그동안 가져온 가장 잘못된 생각인 것 같다. 아픔을 참고 인내하는 것은 옹호할 일이 아니다. 몸이 머리 혹은 뇌의 수하기관이라는 통념은 점점 깨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몸이 먼저 뭔가를 눈치채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우리가 의지와 관성으로 그것을 무시하면서 많은 문제가 생긴다는 점에 주목하는 중이다. 사고가 몸을 통해 확장된다고 강조하는 책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 애니 머피 폴은,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란 지쳐 나가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지쳤다는 것을 알아채고 대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우치다 다쓰루도 <소통하는 신체>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철학자이면서 합기도장을 운영하는 무도가인 그는, 시대의 어려움에 빠진 청년들이 ‘도망칠 줄을 모른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신체가 위협을 느끼고 위험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재빨리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몸을 무디게 다룬 나머지 위험을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버티기만 한다는 것이다.
“애쓸 때 우리는 옳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이 익숙함은 자신이 힘과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익숙한 느낌은 해로운 습관들을 유발하여 우리를 제한하기도 한다. 그래서 애씀 없이 행동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그 익숙함의 느낌을 포기해야 하고, 과거에 먹혔던 방법들을 내려놓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움직일 때 우리는 더 의식적이고 균형 잡힌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시어도어 다이먼은 <배우는 법을 배우기>(2017.3, 민들레)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능에 대한 정의는 계속 바뀐다. 오늘 나의 자리에서 그것을 정의해 보자면, 끊이지 않는 관심과 관심을 지속할 용기 정도가 아닐까. 잘하려는 마음은 비워내고 그저 매 순간에 집중하는 것. 궁극의 지름길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애쓰고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잠시 멈춰 돌아보아야 한다. 노력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쉽고 어쩌면 생색내기에도 좋지만, 그 유혹을 이기고 적확하게 노력하고자 한다.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다.
▼ 최미랑 기자 rang@khan.kr
플랫팀 기자 areumlee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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