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도 참전…KAI 민영화 열기 후끈 [취재파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2023. 2. 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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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산업계의 최대 이슈는 수출이 아니라, 민영화와 업체 대형화, 업계 재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출입은행이 지분 26% 최대주주로 공기업 성격의 한국항공우주산업 KAI 민영화에 따라 인수업체의 대형화, 방산업계의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K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마땅한 인수처가 나타나지 않았었는데 최근 들어 인수 열기가 뜨겁습니다. 일찍이 한화그룹이 KAI 인수를 향해 뛰는가 싶더니, LIG넥스원도 후발주자로 참전할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LIG넥스원 고위직들이 유럽 에어버스 측과 접촉하는가 하면, 정부 측 인사들과 대화하는 정황도 포착됩니다.

KAI의 대표 무기인 KF-21

천궁, 비궁으로 무장한 LIG넥스원과 K9, 천무로 무장한 한화의 KAI 쟁탈전입니다. 한화그룹이 이기면 육해공 방산의 완전체,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돼서 방산업계를 평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LIG넥스원은 반쪽 방산으로 전락하는데, 반대로 LIG넥스원이 승리하면 한화와 LIG넥스원의 팽팽한 세력균형 경쟁 체제가 기대됩니다. 사활을 건 인수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늦었지만 밀어붙이는 LIG넥스원


LIG넥스원의 대표 무기인 천궁-Ⅱ 요격체계

한화의 KAI 인수는 LIG넥스원에 치명적 시나리오입니다. LIG넥스원 고위 관계자는 어제(7일) SBS와 통화에서 "한화가 인수하면 우리는 항공장비, 위성 등 시장을 모두 놓친다", "KAI가 한화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LIG넥스원의 강점은 유도무기인데, 사실 유도무기의 항전과 엔진, 레이더 등은 한화 계열사의 몫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가 KAI까지 인수하면 LIG넥스원의 상대적 빈곤은 심각해집니다.

이 관계자는 "(KAI 단독 인수를 위해) 돈은 은행이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단독 인수가 안 될 경우) 만약 현대자동차나 풍산 같은 회사가 가져간다면 우리는 지분 참여 방식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도심항공교통 UAM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라 국내 최대 항공체계업체 KAI에 관심이 없을 수 없습니다. 풍산은 현금 동원력이 강점입니다.

그는 "한화의 KAI 인수는 독과점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도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LIG넥스원 고위직들이 정부 측 인사를 만나 KAI 인수 의사를 표명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LIG넥스원 최고위직이 유럽의 에어버스와 접촉한다는 업계의 증언이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된다는 것입니다. KAI 민영화에 관한 한 에어버스 등 해외 항공업체들의 역할은 결정적입니다. 해외 업체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 협력 관계를 어떻게 심화시키느냐에 따라 인수전의 승자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앞섰지만 뒷목 잡는 한화


한화의 대표 무기인 K9 자주포

한화그룹은 공자(攻者)에서 방자(防者)로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한화 측은 LIG넥스원의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눈치입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판국인지 알아보려고 임직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한화 방산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몰랐던 것 같다", "LIG넥스원이 상대로 나오면 힘겨운 인수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화 측은 특히 LIG넥스원과 해외 항공업체의 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물론 한화도 해외 항공업체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LIG넥스원의 진도가 예상외로 빨라 놀란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화는 허를 찔렸습니다. 한화디펜스 상무 출신의 엄효식 GOTDA 대표는 “한화는 과거 KAI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적도 있고, 기본적으로 카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KAI 본사가 경남 사천에 있는 점을 빗대 "서부 경남은 KAI 민영화를 원한다"는 말이 요즘 KAI 직원들 입에서 나올 정도로 KAI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습니다. 한화가 KAI를 품으면 연 방산 매출 10조의 절대 강자에 등극합니다. LIG넥스원이 KAI를 차지하면 매출과 무기 구색 면에서 한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방산 2강 체제가 형성됩니다. 공식 입찰전이 시작되면 관건은 인수 가격과 함께 정부의 의중입니다. 정부는 무난한 민영화, 그리고 KAI와 항공우주산업, 방산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터. 한화그룹과 LIG넥스원 중 어느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줄지 주목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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