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태양전지 효율 극대화한 과학자들, 공학계 노벨상 수상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2. 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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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은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과학자 4명에게 돌아갔다./위키미디어

실리콘 태양전지의 발전(發電)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과학자 4명이 ‘공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은 “마틴 그린 교수와 앤드루 블레이커스 교수, 지안후아 자오 박사, 아이후아 왕 박사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에서 발전 효율을 높인 퍼크(PERC) 태양전지를 개발한 공로로 올해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은 공학 분야의 노벨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2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격년제로 수상자를 발표하다가 지난해부터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올해 수상자 네 명은 상패와 함께 상금 50만파운드(약 7억5000만원)를 나눠 받는다.

퍼크는 ‘전지 뒷면의 방사체 피막(Passivated Emitter and Rear Cell)’이란 뜻의 영어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쉽게 말해 뒷면에 햇빛을 반사하는 막을 삽입해 태양전지가 활용할 수 있는 빛을 늘리는 기술이다. 햇빛이 더 많이 들어오는 만큼 발전 효율도 높아진다. UNSW의 그린 교수 연구진은 지난 40년 동안 태양전지 기술을 발전시켜 발전 단가를 획기적으로 떨어뜨리고 태양광 발전이 많은 국가에서 값싼 에너지원이 되도록 했다고 재단은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의 이사장인 존 브라운 경은 이날 BBC방송에 “올해 수상자는 태양전지가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높이는 놀라운 일을 했다”며 “이들의 획기적인 성과 덕분에 태양전지의 발전효율이 16~18%에서 26% 가까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2023년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마틴 그린 교수, 앤드루 블레이커스 교수, 아이후아 왕 박사, 지안후아 자오 박사./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

태양전지의 시작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9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에드몽 베크렐이 광전효과(光電效果)를 처음 발표했다. 금속이 빛과 같은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전자를 내보내는 현상이다. 전자의 흐름은 바로 전류가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해 19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최초의 태양전지는 1954년 미국의 벨 전화연구소에서 개발했다. 본격적인 상용 생산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태양전지는 인공위성에나 쓰이는 고가의 기술이었다. 지붕에 태양전지를 붙이면 집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정도였다. 하지만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태양전지가 지상 발전용으로 개발되기 시작됐다. 1980년대 초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이 14%까지 높아졌다. 햇빛의 14%를 전기에너지로 바꾼 것이다.

올해 엘리자베스 공학상 수싱자들이 연구를 하기 전까지 태양전지의 발전 효율은 20%가 한계라고 여겼다. 올해 수상자 네 명은 최대 발전 효율이 30%에 육박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그린 교수는 상용 전지의 발전 효율은 25%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린 교수와 블레이커스 교수(현 호주국립대)는 1983년 UNSW에서 발전효율이 18%인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이전 최고 기록인 16.5%를 넘어선 것이다. 이후 발전효율 19%, 20%인 태양전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은 공학 분야의 노벨상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2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사진은 2015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 MIT의 로버트 랭거 교수에게 상을 수여하는 모습./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

햇빛이 태양전지의 실리콘 원자와 충돌하면 전자가 떨어져 나오고, 이로 인해 전류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가 태양전지 후면에 이물질이 들어간 두터운 실리콘층에 재결합하면서 손실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그린 교수 연구진은 태양전지 뒷면에 반사층을 도입해 전자가 실리콘층과 재결합하지 못하도록 했다. 동시에 아직 전기 생산에 쓰이지 못한 빛을 다시 가운데 실리콘으로 보내 더 많은 전자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1989년에 처음으로 발전 효율이 22.8%인 퍼크 태양전지를 발표했다. UNSW의 왕 박사와 자오 박사 부부는 1999년 그린 교수가 처음 제시한 한계인 25% 발전 효율을 달성했다. 두 사람은 2004년 중국 난징에 태양전지 업체인 차이나 서너지(China Sunergy)를 설립했다.

특히 이번 수상자들은 퍼크 전지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기보다 논문으로 공개하는 쪽을 택했다고 재단 측은 평가했다. 이로 인해 퍼크 기술이 널리 도입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퍼크 전지는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공학상 재단은 “탄소 배출 제로(0) 전기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4분의 3을 없앨 수 있다”며 “대부분 퍼크 전지를 사용하는 태양광 발전은 전 세계에서 새로 추가된 발전 용량의 약 절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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