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타치고 노래한지 40여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불사를 것”

박세희 기자 2023. 2. 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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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통기타살롱.

미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청년 이광조와 막 기타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청년 함춘호가 만났다.

트로트와 포크로 양분되던 1980년대, 발라드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이광조와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대한민국의 대중음악계를 이끌어온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첫 만남이었다.

아홉 살 많은 형에게 장난스러운 농담을 멈추지 않는 함춘호를 한번 흘기면서도 이광조는 "함춘호의 기타 연주는 따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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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광조·기타리스트 함춘호, 다음달 12일 데뷔 45주년 공연
작년 합작앨범 ‘올드 앤 뉴’ 인기
기타 선율과 목소리만 담아 제작
올 상반기 중 두 번째 앨범 발매
“노래할 무대·기회 줄어 아쉽다”
40년 지기인 가수 이광조(오른쪽)와 기타리스트 함춘호(왼쪽)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둘은 다음 달 이광조의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를 함께 연다. 윤성호 기자

1980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통기타살롱. 미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던 청년 이광조와 막 기타 연주자의 길로 들어선 청년 함춘호가 만났다. 트로트와 포크로 양분되던 1980년대, 발라드로 시대를 풍미한 가수 이광조와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대한민국의 대중음악계를 이끌어온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첫 만남이었다.

이듬해 이광조 음반에 함춘호가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며 연을 맺은 둘은 4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다 지난해 함께 음반을 낸 데 이어 다음 달 콘서트를 연다. 이광조의 데뷔 45주년 기념 콘서트 ‘나들이’다. 최근 문화일보 사옥에서 만난 둘의 ‘티키타카’는 유쾌했고,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음악에 대한 사랑은 따뜻했다.

둘의 첫 만남이 궁금했다. “1980년 무교동의 한 통기타살롱에서 처음 봤어요. 당시 데뷔곡 ‘나들이’로 알려져 있었는데 라이브로 이광조의 ‘버터 바른’ 목소리를 듣는다는 게 큰 기쁨이었지요. 기타도 직접 연주했는데 세상에, 기타 튜닝을 하루 종일 하더라고요.” (함춘호)

둘은 이후 한 밴드에 들어가 나이트클럽들을 다니며 공연하기도 했다. “춘호 씨가 그때 돈이 별로 없었는지 깨진 안경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인 채 끼고 다녔어요. 깨진 안경을 쓰고 절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어서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때 참 좋았어요.” (이광조)

둘은 지난해 음반 ‘올드 앤 뉴-함춘호가 기타치고 이광조가 노래하고’를 함께 냈다. 오롯이 함춘호의 기타와 이광조의 노랫소리만 들어간 음반으로,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발매 사흘 만에 LP가 1500장 넘게 팔려나갔다. “기타에만 의지해 노래한다는 게 사실 쉽지가 않아요. 기댈 데가 없는 거예요. 드럼도 베이스도 없으니까요. 악착같이 했어요. 지지 않으려고요. 다른 건 다 져요. 외모, 나이, 다 지죠. 그런데 노래, 내가 가진 느낌. 이건 정말 안 지려고 해요.” (이광조)

이번 앨범제작을 먼저 제안한 건 함춘호였다. 함춘호는 이광조를 “명품 악기”라고 표현했다. “워낙 좋은 악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좋은 곡들로 앨범을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요. 그런데 일이 커져서 공연까지 하게 됐어요.”

이광조의 데뷔곡 ‘나들이’ 이름을 딴 공연은 오는 3월 1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열린다. 최대 24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큰 무대를 이광조의 목소리와 함춘호, 그리고 그를 필두로 한 12인조 밴드가 채울 예정이다. “사실 저에게 벅찬 곳이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마지막이다. 온몸을 다 불살라야겠다’고. 다양한 무대를 준비했어요.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 Will Survive)’도 부를 거예요. 아주 멋지게 등장해서요.” (이광조)

이에 함춘호는 “아이고, 넘어지지나 마슈”라면서도 이같이 첨언했다. “악기도 세월이 가면 낡게 마련이죠. 그런데 악기의 낡음에는 ‘미학’이 있어요. 명품 악기인 이광조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광조에게 함춘호는 어떤 기타리스트냐고 물었다. 아홉 살 많은 형에게 장난스러운 농담을 멈추지 않는 함춘호를 한번 흘기면서도 이광조는 “함춘호의 기타 연주는 따뜻하다”고 말했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와 목소리를 따뜻하게 잘 감싸주죠. 그래서 항상 믿어요. 함춘호 씨를 믿어요.”

함춘호는 이광조같이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설 무대가 점차 사라져 가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가수들은 무대가 없으면 노래할 기회가 없어요. 선배님들을 보면, 노래할 곳이 많지 않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함춘호)

이광조와 함춘호는 올 상반기 나올 둘의 두 번째 음반도 제작하고 있다. “아주 재미있을 거예요.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1938년 박단마 원곡)를 재즈풍으로 리메이크해 ‘나는 육십 살이에요’로 바꿔 부르기도 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광조)

올해로 71세가 된 이광조는 노래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고 거듭 말했다. “춘호 씨가 기타 녹음을 먼저 끝내놓고 저 혼자 녹음실에 남아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있으면 ‘이걸 어떻게 노래해야 하나’ 막막하기도 한데, 참 행복하다고 느껴요.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참 행복합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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