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세련…‘기능성’까지 입었다[Premium Life]

김호준 기자 2023. 2. 8.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Premium Life - 럭셔리 골프웨어 ‘랑방블랑’
프랑스 대표적 패션 명가 ‘랑방’
시폰·새틴·벨벳 등 다양한 질감
로맨틱 색상 섞어 여성미 극대화
현대百과 함께 골프웨어 선보여
전통·현대 조화된 독특한 스타일
신축성·통기성·자외선 차단 효과
랑방블랑이 지난해 가을·겨울 컬렉션으로 선보인 골프웨어 제품들. 면이나 실크를 사용한 기성복처럼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연출한다. 한섬 제공

“랑방은 바느질을 통해 그녀의 딸을 눈부시게 했고, 그것은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루이즈 드 빌모랭은 프랑스 패션 브랜드 ‘랑방’(Lanvin)의 창립자인 잔느 랑방(1867∼1946)을 이렇게 평가했다. 가브리엘 샤넬(1883∼1971)과 함께 20세기 프랑스 명품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잔느 랑방은 16세가 되던 1883년, 디자이너였던 마담 펠릭스에게 모자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서 패션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스페인의 마담 발렌티의 디자인 하우스에서 일하며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고급 여성복) 수준의 의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힌 그는 1889년 파리에 첫 모자 부티크를 연다.

잔느 랑방은 1897년 딸 마거릿을 낳으면서 자신의 패션 경력에서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된다. 잔느 랑방은 모자 디자인을 하면서 틈틈이 딸을 위한 아동복을 만들어 입혔다. 이를 계기로 그는 1909년 여성 의류를 자신의 부티크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해 파리 오트 쿠튀르 조합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이후 잔느 랑방은 웨딩, 란제리, 스포츠웨어, 모피까지 영역을 넓혔고 1926년에는 남성복까지 추가하면서 ‘모든 가족을 위한 패션’을 제공하는 명품 디자인 하우스로 발돋움했다. 이듬해에는 마거릿의 30세 생일을 기념해 출시한 향수 아르페쥬(Arpege)마저 큰 인기를 얻었다. 명품 업계에서는 이런 행보를 보인 잔느 랑방을 두고 ‘패셔너블한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인 첫 번째 디자이너로 평가하고 있다.

모델들이 랑방블랑의 여성용 원피스, 스커트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섬 제공

당시 유럽에서는 명품, 패션 하우스 종사자들이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내 가십거리에 오르내리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홍보했다. 하지만 잔느 랑방은 자신의 부티크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독창적인 방식으로 상품들을 디자인했다. 그는 러시아, 이집트, 아프리카, 남미 등을 여행하면서 찾은 전통 의상과 직물, 보석,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집트의 투탕카멘 마스크, 중국의 용 자수 등 이국적인 아이템을 재해석해 우아한 파리의 패션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화려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절제미가 공존하는 랑방의 스타일은 이렇게 탄생했다.

랑방의 컬렉션들은 단순하고 절제된 실루엣,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정교한 수공예를 더한 로맨틱하고도 우아한 여성미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랑방 드레스 특유의 수공예 디테일들은 랑방 하우스의 숙련된 기술자들만이 만들 수 있는,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랑방만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했다. 랑방의 의상들은 시폰(chiffon), 새틴(satin), 벨벳(velvet) 등 다양한 질감을 살린 소재와 리본, 꽃장식, 자수 등 섬세한 수공예 기법에 로맨틱한 색상을 잘 조합해 낭만적인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 모델이 랑방블랑의 블루종 스타일 아우터를 입고 골프 카트에 앉아 있다. 한섬 제공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이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LANVIN BLANC)은 이런 랑방 특유의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을 계승한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1923년 잔느 랑방이 선보인 ‘랑방 스포츠’의 스포티한 스타일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강점이다.

랑방블랑이란 브랜드명은 오리지널 브랜드인 랑방과 프랑스어로 흰색을 뜻하는 ‘블랑’을 더해 지었다. 흰색이 담고 있는 의미인 ‘무한한 확장성’을 접목해 기존의 틀을 깬 차별화한 골프웨어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랑방은 단순하고 절제된 실루엣의 드레스로 우아한 여성미를 뽐낸다. 사진은 랑방의 짧은 샤르무즈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델. 한섬 제공

랑방블랑은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던 랑방처럼 고유의 우아한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스포츠웨어 브랜드로서의 기능성을 극대화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스포츠 라인에 사용하는 이탈리아·스위스산 프리미엄 기능성 원단을 사용한다. 이들 원단은 신축성·통기성·자외선 차단 등 골프웨어가 갖춰야 할 기능들은 물론, 면이나 실크같이 부드러운 촉감이 나면서도 기성복처럼 볼륨감 있는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원단 브랜드 ‘로로피아나’와 고품질의 스트레치 원단을 생산하는 스위스 ‘쉘러’(schoeller) 등이 대표적이다. 가죽 소재의 레더 스커트나 조거팬츠, 점프슈트 등 젊은 고객들을 겨냥한 패션 아이템으로 명품 패션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랑방블랑의 인기에는 한섬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와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한섬 관계자는 “일부 품목이 매장 오픈 첫날 품절돼 바로 재생산에 들어가는 등 론칭 초기부터 2040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어 프리미엄 골프웨어 시장에 조기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랑방블랑을 통해 기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로 구축해 온 고품격 이미지를 구현한 차별화한 골프웨어를 선보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