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립, 공개적 불만 표출..시작부터 삐걱대는 최지만과 피츠버그

안형준 2023. 2.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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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최지만과 피츠버그의 동행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직 위원회는 2월 5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최지만의 2023 WBC 참가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KBO에 전달했다. 피츠버그 구단이 최지만의 지난해 수술 이력을 이유로 국가대표 차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조직위는 결국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KBO는 최지훈(SSG)을 최지만의 대체 선수로 발탁했다.

WBC 출전이 무산된 최지만은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최지만은 "모든 선수들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 뛰는 꿈을 꿀 것이다. 이번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이번 결정에 실망과 좌절감도 매우 크다.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리고 있었기에 내가 느끼는 실망은 너무 크고 아프다"고 밝혔다. 아직 한 번도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어보지 못한 최지만 입장에서는 실망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최지만은 이번 오프시즌 팀과 두 번 연속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2023시즌 연봉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현재 연봉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고 WBC 참가 여부도 구단과 합의를 이루지 못해 조직위의 심의까지 받았다.

선수와 구단의 의견이 충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점이 좋지 않다. 최지만은 지난 11월 트레이드로 탬파베이 레이스를 떠나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말하자면 최지만은 '아직 피츠버그 유니폼을 제대로 입어보지도 않은 선수'다. 최지만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기도 전에 두 번 연속으로 팀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팀을 위해 아직 뭔가를 한 적도 없는 선수가 입단하자마자 팀과 맞서기만 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그리고 최지만은 공개적으로 결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발표한 입장문에는 국가대표 합류 무산에 대한 아쉬움은 가득했지만 구단의 결정에 대한 수용은 없었다. '구단과 조직위의 불합리한 결정 때문에 나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입장문이었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 입장에서 출전을 반대할 명분은 충분했다. 최지만은 오프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WBC에 출전할 경우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이제 막 영입한 선수이자 부상에서 갓 복귀한 선수의 몸 상태를 제대로 체크하기도 전에 밖에서 실전을 치르게 되는 상황이었다. 새로 합류하는 선수, 부상에서 복귀할 선수의 몸 상태를 민감하게 주시하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현지 언론도 이를 짚고 있다. 피츠버그 유력 언론인 포스트-가젯은 7일 "최지만이 피츠버그의 WBC 참가 불허에 대한 좌절감을 나타냈다"며 "피츠버그와 최지만의 관계는 시작이 좋지 않다"고 짚었다. 포스트-가젯은 "양측은 연봉 협상에서 의견차가 컸다. 최지만은 540만 달러를 요구했고 피츠버그는 465만 달러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지만이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 구단의 WBC 참가 불허 결정에 대한 실망을 표현했다"고 언급했다.

시선이 고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포스트-가젯이 7일 진행한 '팬들과의 대화'에서 일부 피츠버그 팬들은 최지만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최지만이 계속 멍청하게 나온다면 팀은 그를 방출해야 한다. 어차피 평균 이하의 선수가 아닌가", "최지만이 계속 불만이라면 방출하라", "최지만의 WBC 출전을 불허한 피츠버그의 결정이 옳지 않았나" 등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포스트-가젯은 "최지만을 방출한다고 해도 어차피 최소 465만 달러의 연봉은 줘야한다. 구단 입장에선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팬들을 달래기도 했다.

연봉조정신청은 선수가 가진 권리고 이를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비록 피츠버그에서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새 팀에 왔다고 해서 무조건 구단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WBC와 관련한 최지만의 대응은 분명 아쉬웠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WBC는 구단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대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하는 대회고 세계적으로 야구 인기를 끌어올리자는 취지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대회에 참가한 스타 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구단은 한 시즌 계획을 망치게 된다. 사무국 역시 참가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고 구단이 선수의 대회 참가를 불허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에 수술을 받은 적도 없고 현재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루이스 카스티요(SEA), 카를로스 코레아(MIN) 등 특급 스타 플레이어들도 구단의 참가 불허로 인해 국가대표팀 합류가 무산됐다. 하지만 누구도 구단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쉽지만 구단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식의 상투적이지만 정석적인 표현으로 '구단과 의견차는 있었지만 대립이나 갈등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피츠버그 언론, 팬들의 시선이 '최지만과 구단의 갈등'에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최지만은 2023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다.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트레이드 될 후보로 벌써부터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최지만이 피츠버그에 오래 머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금방 떠날 팀이니 관계는 좋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인상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자료사진=최지만)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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