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故 강수연이었기에 가능했죠”[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2.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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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OTT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가 공개 직후 비영어부문 영화 글로벌 톱1위를 찍으며 전세계적으로 집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로, 국내에선 ‘신파’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렸으나 전세계적으론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소구되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은 ‘서연’으로 분한 고 강수연이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저도 처음엔 SF물과 신파를 섞는다는 것만 생각했을 땐 위험해보였어요. 그런데 한국영화를 방화라고 부를 적 표현주의적인 연기를 하던 강수연을 떠올리니 고전적인 느낌이 더해질 수 있겠더라고요. ‘정이’는 옛날 고전 한국영화 같기도 하고 SF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설계했죠. ‘정이’를 10개월 정도 후반작업하다가 선배가 돌아가시긴 했는데, 그 후반작업을 하면서 놀랐던 것도 하나 있어요. 이건 어쩌면 강수연 선배의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강수연 선배가 어릴 때 데뷔를 해서 유년시절이라고 하는 걸 가지지 못한 삶이었잖아요. 본인도 아쉽다고 했었고요. 대중 속에서 아이콘으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라, 극 중 ‘서연’이나 ‘정이’는 다 강수연 선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상호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정이’ 제작기와 고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와 함께한 작업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 한 장면.



■“김현주·류경수도, 고 강수연 선배 많이 그리워해요”

그에게 ‘정이’는 작품 이상의 의미라고 했다. 고 강수연의 유작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했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배가 모임을 많이 주선했어요. 거기선 마치 영화과 동아리처럼 쓸데없는 농담이나 영화에 관한 말도 안 되는 얘길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때가 많이 생각나요. 류경수, 김현주도 그때를 많이 그리워하고요.”

김현주는 한국영화계 전설같은 배우와 작업 사이 허리 구실을 해준 고마운 존재라고.

“강수연 선배가 출연을 승낙한 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과정일까’ 싶더라고요. 대선배와 하는 작업에서 허리가 되어줄 수 있는 배우는 꼭 내가 신뢰하는 배우였으면 했고요. 그게 바로 김현주였어요. ‘지옥’을 함께 하면서 신뢰가 생겼고, ‘정이’도 워낙 잘할 것 같더라고요. 이후 룩(looK) 테스트로 전투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전체적으로도 ‘정이’와 완벽하게 매칭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훈’ 역의 류경수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설계를 엄청나게 해오는 배우예요. 류경수가 초반 ‘상훈’의 톤을 잡아온 것에 대해 전 사실 고민하긴 했는데, 류경수가 확신이 있다고 절 설득시켰죠. 자기 안에서 이미 설계가 완성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신파 호불호? 제겐 도전정신이에요”

‘정이’ 속 모성애와 신파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들이 이어졌다. 촌스럽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신파까진 아니라는 옹호성 의견이 대립했다. 연상호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상당히 까다로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정이’에 멜로가 제대로 작동했는가에 대해선 반응을 지켜봐야겠지만, 역시나 고급적인 스킬이 필요한 장르예요. 도전정신을 가지고 임했고요.”

장인에게 살짝 보여줬을 때에도 ‘이거 너무 허무맹랑한 거 아냐?’라고 했다며 반응을 솔직하게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이’를 만들 때 SF가 먼저였는지 멜로드라마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동시에 둘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건 신파라고 표현되는 눈물을 자아내는 멜로드라마에 대해서 감탄할 즈음이었거든요. 제 영화 ‘부산행’을 연출하면서 저 역시 많이 울었고, 신파란 것이 정교함을 수반해야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신파가 뻔한 거라고 읽히기도 하지만, 전 대단히 효과적인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에 깊게 파고들었어요. 이후 장인어른에게 ‘정이’를 조금 보여줬는데 그렇게 반응하더라고요. 맞을 수도 있어요. 장인어른이 가진 시각이 대중적인 건데, 대중에겐 SF 장르와 신파의 결합이 낯설 수 있으니까요.”

기억이 지워진 ‘정이’가 먼곳을 바라보며 끝나는 결말에 대해선, 혹시 속편을 염두에 둔 것이냐고 물었다.

“‘정이’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하는데요. 그건 이 영화의 후속을 만드는 게 옳은가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작품은 첫번째 작품 이상의 메시지가 있어야 하거든요. ‘정이’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것 이상의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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