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만 틀면 나오는 온라인 교육 광고···중국은 왜 망했나? [김광수의 中心잡기]
중국은 사교육 단속에 성장 제동 걸려
사업 전환하며 생존 몸부림 친 中 업체
음성화·양극화 부작용, 중단 가능성 제기
요즘 텔레비젼에 유독 많이 나오는 광고가 있습니다. 유재석, 박은빈, 이정재, 신동엽 같은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하는 초중고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업계입니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교육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더니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오프라인 수업이 힘들어지면서 교육 플랫폼 업체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교육 시장도 점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형국입니다.
중국도 온라인 사교육 업체의 성장이 최근까지 이어졌습니다. 온라인의 경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고 이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해 시장의 수요에 따라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죠.
중국 온라인교육 업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발전 속도를 높였습니다.
VIPKID는 안면인식, 정서인식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수강생의 학습태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수업 집중력을 높였습니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강사가 수업 내용에 맞는 캐릭터로 변신하며 수업에 재미를 더했죠.
온라인 생방송 교육 업체 위안푸다오는 2014년 AI 연구원을 개설하고 음성인식, 필기인식 등의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지리과라는 자연어 처리 기능을 통해 학습 수준과 성향에 맞춘 개인화 학습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온라인 교육의 성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가능했습니다.
2010년 국가중장기 교육개혁과 발전규획을 비롯해 거의 매년 교육 분야에 정보화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지원을 늘렸습니다. 1,2선 대도시가 아닌 3, 4선 도시 이하로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온라인 교육 업체는 승승장구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의미하는 K12 온라인 사교육 시장 규모는 고속 성장 가도를 달렸습니다. 2013년만 해도 전체 온라인 교육에서 K12 온라인 사교육은 10% 정도를 차지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0% 수준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잘 나가던 중국 온라인 교육 업체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2021년 7월 21일 중국 당 중앙과 국무원이 '중국 의무교육 단계의 학업 부담 및 방과 후 사교육 부담 경감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무보의 사교육비 부담, '두 가지 부담을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쌍감(雙減)', 중국어로 솽젠이라고 불렀습니다.
온·오프라인 교육에 대한 관리·감독을 역대 최고 엄격한 수준으로 강화하고 베이징을 포함한 9개 지역을 국가 시범지역으로 지정해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양호한 교육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뒀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무교육인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 기관 신규 개업 불가 ▲기존 사교육 기관을 비영리 기구로 일괄 등록 ▲공교육 기관의 운영 수준 향상 ▲주말·공휴일·방학 등 방과 후 교습 금지 ▲외국 자본, 인수합병 및 가맹점 방식으로 투자 제한 ▲상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금지 ▲사교육 기관에 대한 상장 기업의 투자 금지 등입니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 규제의 이유로 학생들의 학업 부담은 물론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키워 출생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목표였습니다. 중국의 높은 교육열로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 것이 출생률 감소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홍콩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사교육 관련 업체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초중등 온오프라인 전문교육기관인 하오웨이라이, 영문명 탈에듀케이션입니다. 연초부터 사교육 규제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솽젠 정책이 발표되자 하루 만에 주가가 70% 넘게 빠졌습니다. 가오투(GSX 테크에듀), 신둥팡(뉴오리엔탈에듀케이션) 등의 기업들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중국이 사교육을 금지한 이후 사교육 업체는 시련에 처했습니다. 제대로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실적이 악화되자 신둥팡, 하오웨이라이, 가오투 등 중국 주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직원 감원에 들어갔습니다. 기존 사업을 소양교육, 직업교육 등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유아, 청소년 대상 입시 관련 교육에서 성인 대상 외국어, 경제, 경영, 금융관리, 의료 등의 분야로 사업을 전환했습니다.
1년이 지난 2022년 7월, 중국 언론의 발표를 보면 사교육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조위안(약 364조원)에 달했던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80% 넘는 업체가 폐업을 했습니다.
신둥팡은 직원 8만 명 중 6만 명을 해고했고, 1500개 지점을 폐쇄했습니다. 그러자 영어 강사들이 라이브커머스에 나서 농수산물을 팔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채널은 초반에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팔로워 수도 급증하고 매출드 단기간에 급성장했습니다. 주가도 바닥을 찍고 상승 곡선을 그렸구요.
중국의 사교육 금지는 그러면 성과를 거뒀을까요? 아직까지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지하시장을 만들어 내고,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수요는 줄지 않는데 공급이 부족하니 과외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1년에 2만위안 하던 사교육비가 매달 1만위안 수준으로 6배 가량 올랐다고 합니다.
가격이 오르면서 교육 양극화는 더 심해졌습니다. 영어나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 대학생이나 대졸자를 입주 도우미로 들여 과외를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대 과외를 전면 금지했던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죠.
중국의 사교육 시장이 어떻게 될 지 전망은 엇갈립니다.
비밀 과외 등으로 음성화 되며 오히려 양극화가 커지기 때문에 일정 부분 온라인 교육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비슷한 길을 걸었죠. 특히 지방 중소도시, 농촌 지역 학생들의 교육 역차별로 인해 사회 계층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아예 끊길 수 있다는 거죠. 이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공동부유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핀테크 업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사교육 업체 제재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히려 겨울 방학을 앞두고 올해 초부터 최근 사교육 규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교육업체 길들이기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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