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통신장관이 말하는 1등 혁신국가의 비결

주영재 기자 2023. 2. 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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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
“디지털 강자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주간경향] 세계행복지수 1위 국가, 2021~2022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이행 1위 국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국가 1위(2021년 평화기금 취약국가지수)인 나라. 1위를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나라, 핀란드가 이룬 성취다. 핀란드는 올해에도 한국이 부러워할 만한 타이틀을 하나 추가했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 스코어카드’에서 미국과 함께 공동 1위로 ‘혁신 챔피언’에 오른 것이다.

한국은 여기서 26위를 기록했다. CTA의 평가항목 중 다양성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핀란드는 B와 A를 얻은 반면, 한국은 D와 F를 받았다. 다양성은 인종적 다양성, 전체 인구에서의 이주민 비율,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평가한다. 미세먼지 등 열악한 대기환경도 한국의 점수를 떨어뜨렸다. 조세시스템의 경쟁력을 평가한 항목에서만 핀란드와 한국이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C)를 받았다.

핀란드의 인구는 550만명으로 한국의 10분 1 정도지만, 전자·통신 등 첨단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컴퓨터 운영체제 리눅스가 탄생한 나라로도 유명하다. 2013년 노키아가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오히려 세계적인 혁신국가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는 2019년 4차 산업 공동대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31일 주간경향과 만나 핀란드가 혁신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월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티모 하라카 교통통신부 장관을 만나 핀란드가 세계적인 혁신국가가 된 비결과 한국과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월 29일 ‘팀 핀란드’(핀란드 무역대표단)를 이끌고 방한한 그는 이날 헬싱키로 돌아갔다. 2박3일 동안 3개 부처 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여러 기업·연구기관을 방문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호텔을 나서는 그의 손엔 K팝 스타 ‘뉴진스’의 앨범이 들려 있었다. K팝의 인기가 굉장하다면서, 딸에게 줄 선물로 샀다고 했다. 다음은 하라카 장관과의 일문일답.

-방한 성과를 평가한다면.

“정부 대표만이 아니라 핀란드의 연구기관과 기업까지 포함한 팀 핀란드와 함께 방한했다. 5G 및 6G, 양자 기술, 그리고 우주·위성 분야 이렇게 세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단이 방문했다. 기업인들은 한국 기업·연구기관을 방문해 협력 분야를 논의했고, 난 한국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과기정통부와 장관급 회담을 했다. 방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CTA는 핀란드를 혁신국가 1위로 꼽았다. 한국에 비해 다양성과 사이버 보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두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다양성과 혁신은 상호 연관이 돼 있다. 조직 내의 다양성이 풍부하면 혁신이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 세계에서 창업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실제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는 굉장히 역동적이다. ‘슬러시(SLUSH)’라고 불리는 스타트업 관련 세계 최대 행사가 헬싱키에서 열리기도 한다. 사이버 보안도 혁신과 관련이 있다. 핀란드는 심지어 사이버 보안이 이슈로 거론되지 않던 1990년대부터 네트워크 보안에 크게 집중했다. 한국처럼 핀란드도 기술이 굉장히 발전된 나라인 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일부 특정국(러시아)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다. 양국 간의 무역량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통적으로도 양국 간의 학생, 전문가 교류가 굉장히 활발하다. 올해는 특히 양국 수교 50주년이라 이를 축하하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기술 선진국으로서 양국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찾고 싶었다.”

-한국 정부와는 어떤 논의가 오갔나.

“일단 몇 개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과는 5G·6G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자유롭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 그리고 사이버 보안과 양자컴퓨팅, 우주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모두 양국이 강점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다. 한국의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에어택시’라고 부르는 미래 모빌리티를 흥미롭게 느꼈다. 미래 모빌리티와 자율주행에서 6G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 보고 협력하자고 했다.”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지난 1월 3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만나 양자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핀란드에서 6G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에선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오울루대학은 세계 최초의 6G 연구 프로그램인 6G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1000개의 기업·연구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노키아는 전자·통신업체, 소프트웨어 기업을 망라한 ‘헥사X’라는 유럽연합 차원의 6G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미래를 논의하는데 시기상조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6G는 연구개발 단계다. 미래를 대비해 한국과 핀란드 그리고 마음을 같이하는 여러 민주국가가 국제포럼에 참여해 6G 표준을 정립하는 데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그리고 2027년에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가 굉장히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과 핀란드 모두 모바일 통신 기술의 강자다. 한국은 5G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핀란드는 두 번째 국가였다. 또한 핀란드는 세계 최초의 6G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한 나라다. 두 나라 모두 차세대 통신망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양국의 전략적인 협력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인구가 많지 않은데도 양자 기술이나 뉴스페이스 같은 첨단분야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은.

“인재 확보는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2019년 6월 장관 임명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한국과 핀란드 사이의 인재 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었다. 하지만 인재 확보는 곧 기업 확보임을 이내 깨달았다. 우주·위성 분야 그리고 양자컴퓨터와 관련해서 외국 회사들이 핀란드로 거점을 이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언어와 기후가 조금 달라도 핀란드의 역동적인 생태계의 일부가 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았다. 이렇게 핀란드 내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운 결과, 우수한 인재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이민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만든 양자 분야 회사인 ‘컨트롤옥스(QuantrolOx)’도 핀란드의 양자 커뮤니티, 양자 기업들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해서 회사를 핀란드로 이전했다.”

-한국 정부가 특히 관심을 보인 양자 기술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양자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지만, 양자 컴퓨터 개발 경쟁에 뛰어든 나라는 굉장히 많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양자 컴퓨터라는 매우 효과적인 컴퓨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이를 통해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다. 대표단에 함께하는 IQM이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를 원하는 수요도 굉장히 많다. 한국도 그 수요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핀란드가 혁신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라면.

“핀란드에서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협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팀 핀란드가 한 예다. 민간과 공공의 이런 끈끈한 유대 협력이 성공 비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정부 차원에서 수평적으로 일하는 문화다. 일례로 디지털과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핀란드 내에서 3개의 부처(교통통신부·고용경제부·재무부)가 함께 담당한다. 세 부처가 모든 의사결정을 공동으로 하고,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비결이다.”

-교통통신부 장관으로 3년 반 정도 일했다. 성과를 평가한다면.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세 가지 전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일단 향후 12년을 내다보는 국가 차원의 교통 계획을 수립했다. 의회가 한마음으로 협력했다. 그래서 정부가 바뀌어도 시민과 기업 모두 2032년까지 이 국가교통계획이 연속성 있게 추진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성과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장기 전략 마련이다. 교통과 정보통신(IT) 분야가 기후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030년까지 교통 부문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장기 전략을 내놓았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기후 목표를 가지고 있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장기 전략이다. 세 번째 성과는 디지털 컴패스(Digital Compass) 전략이다. 디지털 컴패스 전략은 2030년까지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이다. 디지털 기술로 숙련된 인재,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포괄한다. 핀란드가 이런 전략을 내놓은 첫 번째 국가라는 사실에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동의할 것이다. 이처럼 핀란드는 항상 무엇을 하더라도 선두주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6G·양자·우주(첩보위성을 포함) 기술을 콕 집어서 찾아온 이유는.

“핀란드가 세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기술이 굉장히 진보한 나라에서도 이런 부문에선 핀란드의 역할이 있다고 봤다. 정부는 군사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차원에서도 보안에 굉장히 집중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전직 프로그램이 발달했다고 들었다.

“인력을 재교육하는 방법으로 ‘리스킬링’(Reskilling·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과 ‘업스킬링’(Upskilling·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 있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분에서 철수하면서 기존 인력이 새로운 분야로 많이 창업에 나섰다. 이는 비즈니스 전체를 리스킬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이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성적인 다양성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IT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이 낮다. 이를 높이려고 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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