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뇌진탕 여성 스포츠 선수, 남성보다 더욱 위험하다
켈리 캐틀린(1995년생)은 미국 트랙 사이틀 국가대표였다. 그는 세계챔피언에 세 차례 올랐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산·수리 공학 석사 과정도 밟았다. 그런데 그는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이 23세였다.
엘리 수터(2000년생)는 스노보드 선수였다. 2017년 유럽 청소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영국 대표로 출전했다. 수터는 약 6개월 만에 프랑스어를 배울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그런데 그도 2018년 18세가 되는 생일에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고 야망이 컸던 젊은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미국 CNN은 뇌진탕이 이들의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캐틀린은 2019년 1월 로스앤젤레스 인근 언덕에서 빠르게 내려오다가 미끄러졌다. 그전에도 4~5차례 심한 충돌을 경험했다. 그는 얼마 후 갑작스럽고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딸이 머리를 움켜쥐고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면 심각한 일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퍼드건강센터에서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고 학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는 “걷기만 해도 심한 두통이 생겨 훈련을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녀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항상 낙관적이고 쾌활했다”고 회고했다. 캐틀린은 정신과 병동 입원 한 달만에 세상을 등졌다.
수터는 아버지의 표현에 따르면 “아드레날린 중독자”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후에도 매우 성실하게 살았고 학업 능력도 탁월했다. 수터는 2013~2018년 7차례 심각한 뇌진탕을 겪었다. 마지막 뇌진탕은 너무 심각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이틀을 병원에서 보냈다. 수터는 학업에 문제를 겪었고 심각한 두통과 불면증에도 시달렸다. 아버지는 “뇌진탕 후 한 달이 지났는데 갑자기 눈이 멀었다”며 “모든 것이 어둡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회고했다.
스포츠의학정형외과저널(Orthopaedic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된 스포츠 뇌진탕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여성은 호르몬 등 영향으로 뇌진탕에 더 취약하고 남성보다 부상 후 증상이 더 심하며 오래 지속된다. 보스턴대학 외상성뇌병증(CTE) 센터장인 앤 맥키 박사는 “여자 운동선수가 뇌진탕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고 회복 기간이 더 긴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은 스포츠 및 운동 과학 연구에서 상당히 과소 평가되고 있다. 머리 부상 이후 필요한 치료나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남성보다 많다. 뇌진탕 또는 외상성 뇌손상 진단을 받은 환자는 뇌손상이 없는 사람보다 자살 위험이 두 배가 높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또 경미한 충격도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뇌 백질이 손상되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보스턴대학 신경학 교수 겸 뇌진탕유산재단(Concussion Legacy Foundation) 의료책임자 로버트 칸투 박사는 “뇌진탕으로 인한 구조적·기능적 뇌 손상, 그로 인한 행동 조절 장애,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여성 선수 뇌에 대한 연구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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