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소희를 위해,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 [씨네뷰]

최하나 기자 2023. 2.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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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지 않는 어른들로 인해 아파하는 세상 모든 소희를 위한 위로와 응원을 담았다.

그런 유진에게 소희의 주변 어른들은 "원래 이상했던 애"라고 말하며 소희 탓으로 몰아간다.

콜센터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점차 메말라가는 소희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급기야 피해자인 소희를 탓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관객으로 하여금 저절로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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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로 인해 아파하는 세상 모든 소희를 위한 위로와 응원을 담았다. 뚜렷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다음 소희’는 없어야 된다고 말할 뿐이다. 영화 ‘다음 소희’ 이야기다.

8일 개봉되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춤을 좋아하는 소희는 현장실습으로 대기업 하청업체 콜센터로 취직한다. 사무직이라며 좋아하기도 잠시, 계속되는 실적 압박과 팀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소희는 점차 생기를 잃어간다.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 일에 매달려 실적 1위를 달성하지만, 돌아오는 건 실습생이라 인센티브를 한두 달 뒤에 지급한다는 말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되자 소희에게 회사 가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일련의 사건 이후 무급 휴가, 즉 징계를 받은 소희는 징계 마지막 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다.

소희의 사건을 맡은 유진은 처음에 단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하려고 하지만, 콜센터를 방문한 이후 소희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걸 알고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런 유진에게 소희의 주변 어른들은 “원래 이상했던 애”라고 말하며 소희 탓으로 몰아간다.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유진은 현장 실습의 어두운 이면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지난 2017년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정주리 감독은 소희가 일했던 콜센터의 환경과 업무 구조 등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묘사해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는 현장실습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또한 초중반부에는 소희의 시점으로, 중반부에서 결말까지는 유진의 시점을 나뉘어 전개된다. 어떻게 보면 물음표를 자아내는 구성이다. 굳이 1, 2부를 나눠서 전개해야 했나 의문이 들다가도 엔딩으로 향하는 순간 마침내 그 이유를 깨닫게 되면서 영화의 메시지가 더 크게 가슴에 와닿는다.

가장 주목할 점은 관객에게 어떠한 감정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보고 느끼라는 듯이 자극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에도 최대한 덤덤하게,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갈 뿐이다. 콜센터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점차 메말라가는 소희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급기야 피해자인 소희를 탓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이라 관객으로 하여금 저절로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비단 현장실습생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가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이 세상 모든 소희에 관한 이야기나 다름없다.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로 왜 칸영화제를 비롯해 많은 해외 영화제들에서 찬사를 받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소희를 연기한 신예 김시은은 첫 장편 주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 높은 연기력을 펼쳤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소희가 비윤리적인 어른들에 상처받아 피폐해져 가는 과정을 온몸과 표정으로 표현해 냈다. 유진을 연기한 배두나는 더할 나위 없다. 유진의 과거 서사가 비교적 생략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연기만으로 그 빈틈을 채운 배두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다음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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