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나비가 쓰고 남은 나비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가 걸어간다.
코끼리는 몸이 무겁다.
뻘에 빠져 코끼리에게서 달아나다 코끼리에게로 돌아온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를 넘어선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심언주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날아간다 나비는 잘 접힌다 또 금방 펴진다 나비가 될까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깜빡인다 나비는 몸이 가볍다 생각이 가볍다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는 적이 드물다 줄인형처럼 공중에 매달려 나비에게서 달아나다 나비에게로 돌아온다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닮아간다 옥타브를 벗어나는 나비 따라 부리기 어려운 나비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를 넘어선다 높아지는 나비 어머나 비가 온다 어머나 비가 간다 나비가 버리고 간 나비 나비가 채우는 나비 줄인형처럼 꽃밭 속에 나비를 담근다 나비가 될까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나비를 밀어내며 나비가 발생한다 나비를 서성이며 나비가 날아간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가 걸어간다. 코끼리는 몸이 무겁다. 생각이 무겁다. 마음먹은 대로 걸어가는 적이 드물다. 큰 귀를 펄럭여도 날파리가 따라온다. 뻘에 빠져 코끼리에게서 달아나다 코끼리에게로 돌아온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를 넘어선다. 코끼리를 밀어내며 코끼리가 발생한다. 코끼리가 쓰고 남은 코끼리가 초원을 걸어간다. 신 새벽에 출근하는 당신, 늦저녁에 한 잔 하는 당신, 오늘도 당신을 밀어내며 당신을 넘어선다.
-시인 반칠환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민 '떳떳, 숨지 않겠다' 말에…SNS 팔로워 8배 늘었다
- 밀실 문 열자 침대에 고교생 커플이…변종 '룸카페' 적발
- '뚫릴래?' 병사 팔에 전동드릴 댄 육군 간부…軍, 수사 착수
- 카카오 손잡은 SM…최대주주 이수만 '법적 책임 물을 것' 대응
- 난방비 공방에…한덕수 '국민에 참아줄건 참아달라 해야' 작심발언
- 한 달 뒤 27억 날아간다…로또 1등 당청금 주인은 어디에
- 'BTS 정국 모자 1000만원'…외교부 전 직원 사건의 결말
- “이제 집 사도 될까” 질문에 챗GPT 답은?
- 3살 아들 애정표현에…'저 또라이' 욕하고 때린 아빠
- 가정집 벽 뚫었더니…300㎏ 도토리 '와르르',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