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알면 경제 기사 보인다

전혜원 기자 2023. 2. 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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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사에는 종종 편견이나 오류가 숨어 있다.

예컨대 2017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3.7%일 때는 규모가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었다며 '슈퍼 예산'이라더니, 2023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5.2%일 때는 '건전 재정'이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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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경제 기사에는 종종 편견이나 오류가 숨어 있다. 예컨대 2017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3.7%일 때는 규모가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었다며 ‘슈퍼 예산’이라더니, 2023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5.2%일 때는 ‘건전 재정’이라는 식이다. 이런 경제 뉴스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 〈시사IN〉 ‘미디어 리터러시’ 필자이기도 한 이상민씨(48)이다.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 보좌관을 거쳐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중앙·지방정부의 예·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보도자료를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정부 보도자료를 베껴 쓴 언론을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경제 기사가 때때로 부정확한 이유는 ‘편향성’보다는 ‘불성실’이다. “속칭 ‘야마(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에 맞춰 쓰는 관행 때문인 것 같아요. 사안을 입체적으로 봐야 하는데 납작하게 다뤄버리죠.” 최근 그는 ‘경제 기사 바로 읽는 법’을 정리한 책 〈경제 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빨간소금)를 펴냈다.

지난 대선 직후 이 위원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서, 국가부채 유형의 하나로 ‘D4’를 꼽으며 정부가 이것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이를 두고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했다가 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지금의 국민의힘과 합당한 국민의당으로부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D4 개념이 존재한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8월 경찰은 이 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그해 9월 무혐의 처분했다. 이 위원은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쓰는 국가부채 유형 D1~D3의 개념이 IMF의 D1~D3와 다르다는 점은 기재부도 인정했다(따라서 기재부의 D1~D3 개념을 전제로 한국에서 쓰지 않는 D4를 공개하라는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잘못됐다). 그런데 반박하다 보니, 마치 정책 관련 허위사실을 말하면 형사처벌을 받아도 된다고 말하는 듯해 괴로웠다. 논쟁으로 풀어야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인 대상 용역과 강의로 생업을 이어왔는데 타격이 컸다. 안 의원이 지금이라도 사과하길 바란다.”

이 위원이 오랜 세월 재정을 들여다보며 목소리를 내는 궁극적 목적은 ‘재정 효율화’이다. “2021년 전국 지방정부에 잠겨 있는 돈(잉여금)이 69조원에 달한다. 잘만 쓴다면 시민들의 삶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꼰대’를 ‘실무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은퇴할 때까지 실무자로서 그날 나온 재정 보도자료를 분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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