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순 의원, “정치개혁, 내용만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정치개혁’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출발 지점은 21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다. 1월11일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정치관계법소위)가 열렸다. 여야 간 모처럼 일치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0대 국회가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성정당을 낳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법이 기대한 ‘표의 비례성 증진’은 오히려 역진했다.
문제는 해법이다. 진단은 같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르다. 그 어떤 법안보다 조정하기 어렵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자신들을 뽑는 규칙을 정하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치력을 요한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22대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 4월10일에 맞춰 진행해야 할 스케줄이 빠듯하다. 현행법상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지킨 전례가 없다.
만만찮은 과제를 총괄·지휘하는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앉았다. 다양한 정치개혁 요구의 최전선에 있는 그는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을까. 1월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물었다. 남 위원장은 ‘과정’을 강조했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내용만이 아니다. 과정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는 반드시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정치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제1목표가 뭔가.
정개특위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젠다가 굉장히 많은데 결론은 항상 안 났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신뢰가 안 간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말지 않겠냐’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만은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개혁안을 만들겠다는 게 가장 크다. 정치권에서는 시간에 쫓겨 마지막에는 의원도 잘 모르는 법안이 통과된다. 이번에는 법정 시한을 지켜야 한다.
선거구 획정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에 따라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선거구획정위) 구성을 지난해 10월까지 해야 했다. 지난해 9월 정개특위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획정위원 명단을 보냈다. 처음으로 법정 시한을 지켰다. 그런데 선거구 획정은 예민한 문제다.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2대 1이 넘으면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난 4년 사이 인구가 늘고 준 곳을 조정해야 한다. 선거구획정위는 오는 3월10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4월10일까지 이를 확정한다. 이걸 국회의장이 혼자 정할 수 없고, 여야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이제 두 달도 안 남았다.
지금 국회의장도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양당 원내대표에게 법을 지키자고 한다. 나도 그런 의지로 정개특위를 하고 있기에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국민들이 쳐다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회가 법을 안 지켜?’ 이렇게 비판해줘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필요하다. 자주 회의를 열든지 해서 어떻게든 합의하라고 국회를 압박하면 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개특위 활동을 지도부가 뒤집기도 한다.
지난 20대 국회가 그랬다. 2019년 4월 정개특위가 합의했는데 계속 묵혔다. 2020년 4월 선거가 다가오니, 2019년 12월 원내대표들 간 대폭 수정으로 합의했다(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수 225대 75→253대 47). 물론 정개특위 의견이 100% 다 반영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촉박하게 원내대표 간 합의 방식으로 가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나. 그게 원내대표들 간의 문제는 아니다. 의원들이 ‘빨리 결정하자’는 식으로 계속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한다. 정치권은 늘 현안이 많다. 이런 이슈는 밀리고 밀린다. 결국 국민이 확실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숙의를 통해 흐름을 형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금 정개특위에서 하나의 안이 안 되면 복수안이라도 만들어 국민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공개 TV토론이나 언론사 토론회도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은 국회가 해도, 국민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을 한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국민공론화위원회’ 방식도 검토 중이다.
국민이 정치개혁에 공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잘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의 목표다. 단순 여론조사가 아니라 ‘숙의’로 가야 한다. 정치 구조는 너무 어렵고 잘 안 될 거라는 정서가 있다. 그렇기에 제대로 알리고 국민들이 의사를 표출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국민공론화위원회 같은 것을 국회의장에게 제안했다. 예산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현재 심사 중이다. 예를 들어 정개특위가 2월까지 A·B·C 안을 내면 3월에 국민공론화위원회를 실시할 수 있다.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겠다.
여태까지 결국 정치인한테 맡겨놓으면 (정치개혁, 선거법 개정 논의가) 안 됐다. 자기들의 룰을 스스로 정하는 건데, 어떻게 보면 이해충돌이다. 그러니 항상 막판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 이 과정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보고하고, 관심도 갖게 하고, 의견도 내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 자꾸 정쟁으로 몰아 싸움을 붙이지 않으면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국회의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 의원들도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마침 전원위원회(국회의원 300명 전체 토론)를 제기했다.

선거제도는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선거제도는 없다. 그 시기 그 나라의 선택이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제도에 대한 설명 없이 ‘누가 얘기했으니까 반대’라는 식으로 여론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 지금 국회의원 300명은 지역구 253명, 비례 47명이다. 지금 현재 정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례성과 대표성이 중요하다. 지난 총선은 소선거구제하에서 준연동형으로 가면서 표의 불비례성이 커졌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21대 총선 결과 사표는 1256만여 표다. 전체의 43.7%다.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는 뜻이다.
과거 경험 때문에 정치개혁에 냉소하거나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어려운 건 맞다(웃음). 그럴 때 기댈 곳은 국민이다. 정치권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결과적으로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많다. 국민이 계속 ‘이것이 왜 내 문제인가’에 관심 갖고 정치권을 날카롭게 봐야 한다. 그 힘이 있으면 된다. ‘정치권 밥그릇 싸움’이라고 외면하면, 그러고 끝난다. 에너지는 있다. 신년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어떤 개혁보다 정치개혁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연금개혁이든 무슨 개혁이든 정치권이 만날 정쟁하며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니까. 선거제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어렵다. 보통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정치개혁 관련 이야기를 나누던 한 학자의 말이 있다. 안을 준비하고 있고 기회가 오면 쭉 밀고 나가면 된다고. 그 기회를 여러 주체들이 같이 만들어야 한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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