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누리 카메라로 주목받은 한국, 우주 탑재체만큼은 최고 될 수 있다”

대전=송복규 기자 2023. 2. 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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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득 천문연 원장 인터뷰
”탑재체, 아이디어만 있으면 선도자될 수 있어”
천문연, NASA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탑재체 4종 투입
위성 추락 감시할 레이더 구축·도요샛 발사도 앞둬

지난해 12월 29일 한국 첫 우주탐사선 ‘다누리’가 달 임무 궤도에 안착하기까지, 탐사선 개발을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만큼이나 긴장하며 기다린 연구소가 있었다. 다누리에 실린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 폴캠)’를 만든 한국천문연구원이다. 천문연이 직접 개발한 이 카메라는 달의 지형을 관측할 수 있는 기기인데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로부터 ‘달 관측의 신기원을 이뤄줄 탐사장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세계 과학계에 기대를 모았다. 지금껏 달 궤도에서 이뤄진 달 관측은 측광이나 분광 탐사기기로 했다. 편광 관측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관측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 세계 과학계가 기대한 것이다.

지난 1월 27일 대전 유성구 천문연에서 만난 박영득 천문연 원장은 다누리의 성공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박 원장은 “그동안의 우주 탐사는 저궤도나 정지궤도 같은 지구 상공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달이나 화성 같은 심우주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천문연이 심우주 탐사의 주체”라고 강조했다.

1월 27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에서 박영득 원장이 본지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박 원장은 광시야 편광카메라 같은 탑재체에 한국 우주 산업의 경쟁력이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발사체는 우주 선진국과의 격차가 이미 큰 상황이지만, 관측장비를 비롯한 탑재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게 박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탑재체 기술에선 한국이 잘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심우주 탐사에서 다른 국가가 생각하지 못한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선도자로 치고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탑재체에선 한국이 역으로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다”며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원장과의 일문일답.

-작년에 한국 우주 과학기술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천문연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한국에서 작년 우주 분야의 큰 이벤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누리호 성공이고, 다른 하나는 다누리의 성공이다. 천문연이 실제로 우주개발에 기여한 것은 다누리다. 다누리에 탑재된 관측 장비들이 천문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우주 탐사는 저궤도나 정지궤도 같은 지구 상공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달이나 화성 같은 심우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천문연은 심우주 탐사의 주체라고 볼 수 있다.”

-다누리에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탑재했다. 결과물은 언제 발표되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데이터를 받아오는데, 탑재체는 현재 정상 작동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개발되고 다누리에 탑재된 섀도우캠(ShadowCams)처럼 좋은 사진이 나오면 분석을 하고 특정 시점에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공개할 시점을 정하진 않았다.”

지난달 27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센터에서 박영득 원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에 관측 장비를 성공적으로 탑재한 천문연은 다양한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위 프로젝트인 CLPS가 현재 가장 큰 사업이다. CLPS에는 천문연 주도로 개발한 ‘달 우주 환경 모니터(LUSEM)’와 ‘달 자기장 측정기(LSMAG)’, ‘달 우주방사선 측정기(LVRAD)’, 달 표면 입자를 분석하는 ‘그레인캠스(GrainCams)’ 탑재체가 투입된다.

-NASA가 주도하는 CLPS에 참여하고 있다.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천문연이 현재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계획이다. 미국의 상용 발사체에 천문연 탑재체들을 싣는 건데,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개발하는 탑재체는 총 네 가지다. 달의 우주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LUSEM은 경희대 우주공학과와 개발하고 있다. LUSEM은 NASA에서 CLPS에 투입하기로 최종 결정된 상태다.

그레인캠스는 달 표면의 먼지나 토양의 미세 구조를 볼 수 있는 일종의 현미경이다. 그레인캠스는 온전히 천문연이 맡아 개발하고 있다. LVRAD는 우주인이 우주에서 방사능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측정하는 장비이고, LSMAG는 달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장비다. 다만 LUSEM을 제외한 나머지 탑재체들은 NASA에서 투입을 최종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의 탑재체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아직 탑재체 분야에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나 벨기에, 스위스 같은 국가도 탑재체 쪽으로 굉장히 많이 발달했다. 다만 탑재체 기술은 한국이 앞으로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다. 심우주 탐사에서 다른 국가가 생각 못 했던 목표를 세우면 오히려 선도자로 치고 나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탑재체 분야에선 한국이 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다.”

한국형 달 궤도선 다누리에 탑재된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연은 탑재체 개발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지상에서는 전파망원경과 광학망원경, 레이더 등으로 천문 현상을 지켜본다. NASA의 인공위성이 추락한 지난달 9일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궤도를 계산하고 추락을 감시한 우주환경감시기관이 천문연이다. 올해는 우주물체를 보다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우주물체 감시 레이더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해 5월 예정된 누리호 3차 발사체에는 천문연이 개발한 나노위성 ‘도요샛’이 실린다. 도요샛은 총 4대가 편대 비행하도록 최초로 개발된 나노위성이다. 지난해 8월에는 NASA에서 개발 중인 전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를 우주와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진공 챔버를 제작했다.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향후 스피어엑스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올해 나노위성 도요샛이 발사된다. 임무 운영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도요샛은 고도 500㎞에서 총 4대의 나노위성이 편대 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9시간 정도가 걸린다. 4대가 동시 관측을 하게 되는데, 수평 배열로 편대 비행을 하면 공간 분해능을, 한 대씩 뒤따라가는 형태로 배열하면 시간 분해능을 높일 수 있다. 도요샛은 우주 공간에 있는 여러 가지 입자들을 관측한다.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이나 플라즈마 버블을 관측할 예정이다. 우주 환경이 지금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유인 탐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도요샛이 성공하면 우주 환경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

-NASA의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어떤 점을 기대하고 있나.

“스피어엑스는 넓은 범위의 우주를 적외선으로 관측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별의 분포나 은하의 분포를 분석할 수 있고, 우주 팽창 이론과 같은 우주론을 증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스피어엑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관측 데이터를 가장 먼저 쓸 수 있게 됐다. 스피어엑스도 우주의 기원을 찾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적외선인데, 보는 시야가 다르다. 종합해 연구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전파천문과 우주위험감시도 천문연에서 중요한 분야다. 올해 주목할만한 계획이 있을까.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에 포함될 강원도 평창 전파망원경이 올해 5월 완공될 예정이다. 직경은 21m이지만, 간섭망원경이기 때문에 서울과 울산, 제주에 있는 전파망원경과 함께 사용하면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 평창 전파망원경은 관측 주파수도 높였고 수신기 성능도 강화했다. 천문연은 전 세계 네트워크인 사건지평망원경(ETH) 협력단에 속해 있는데, 작년 5월엔 블랙홀을 관측했다. 평창 전파망원경이 올해는 또 어떤 블랙홀을 찾을지 모르는 일이다.

인공위성이 지난달 한반도 상공을 지나 추락한 사건을 계기로 우주 감시용 레이더도 설치할 계획이다. 레이더가 설치되면 이론상으로는 10㎝ 정도의 작은 물체도 감지할 수 있다. 들어보니 레이더 한 대당 2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연구를 하고 있고, 올해 후반기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주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된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바라는 부분이 있나.

“우주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관용이다. 우주개발이라는 건 사실 실패를 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 착륙 시험에 5~6번 실패했다. 올라가다 떨어지고 내려오다 엎어지는 방식으로 실패를 하는데, 한국은 실패를 인정을 잘 안 해주려고 한다. 그게 제일 문제다. 실패해도 괜찮으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데, 실패하면 배제된다. 그러면 누가 도전을 하겠나. 조심스럽게 하면 시간은 길어지고, 시간이 길어지면 기술이 자꾸 뒤처진다. 관용을 베풀어서 실패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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