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건축 공간 즐기기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3. 2. 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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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리의 삶은 건축 공간을 배경으로 존재한다. 태어나면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인간의 생로병사와 희노애락 모두 다양한 건축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 및 기억과 연관돼 있다. 그래서인지 행복을 최대 덕목으로 추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명예, 건강뿐 아니라 아름답고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건축 공간에 대한 소유나 체험에 대한 욕구도 높다. 이런 맥락에서 좋은 집과 물리적으로 쾌적한 근무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제3의 공간'들이 중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필자는 그런 인간의 공간적 속성을 '호모 스파지오(Homo Spazio)'라고도 명명하고 싶다.

일상의 반복과 무료함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으로 떠나는 여행 또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안되고 축조된 인공환경 중 하나인 건축 공간에 대한 공감각적 체험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멋진 건축 공간은 주로 귀족이나 높은 신분의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현대에 이르러 보편화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되고 이용 가능하게 대중화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초호화 리조트나 호텔, 클럽하우스 등은 비싼 이용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만의 건축 공간이지만 본인이 관심 갖고 찾아 누리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건축 공간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드시 내가 사유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많아졌고, 그러한 공간들에서 다양한 이벤트나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높아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파트 안에서 지내며 인터넷이나 다양한 OTT 서비스 등을 즐겨 이용하는 사람들보다는 집 밖으로 나와 도시의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을 체험하는 삶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본다. 경제학의 원리처럼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최대한의 건축 공간을 즐길 수 있는 팁들이 제공되는 어플들도 있을 것이다.

혹자들은 우리가 사는 도시를 재미없는 '노잼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재미없는 도시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자체가 재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보고 싶은 데로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이듯이 각자가 어떤 관점의 색안경을 쓰고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사와 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복지관, 학교, 미술관 등의 멋진 공공건축물을 찾아가 로비 한켠의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던지, 지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소소한 경험들도 얼마든지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시 차원에서도 매년 건축문화제 등을 통해 관련 단체들과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건축문화에 높은 의식 수준을 보유한 외국에선 건축문화제 기간 동안엔 메인 전시 및 행사 장소 이외에도 도시 곳곳의 좋은 건축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향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수한 건축물로 인정받아 상을 받은 건축물의 경우엔 이를 설계한 건축사가 직접 설명해주는 답사 프로그램도 의미와 재미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해설사 내지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건축 공간에도 적용, 대중들에게 마치 예술 작품처럼 건축 공간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을 발굴해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러한 소소한 프로그램들이 쌓여 창조적인 문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면 도시의 브랜딩 내지는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자고로 도시 거주자의 만족도를 나타내는 다양한 지표들 중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을수록 도시의 매력도도 덩달아 높아진다. 타 지역에서 온 지인에게 어디를 보여주고 싶은지, 그러면서 동시에 대전시민의 자긍심 또한 고양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을지 숙고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행동이 생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면 집 밖으로 나가 도시의 훌륭한 건축 공간들을 '모두의 놀이터'처럼 발견하고 지인들에게 이를 공유하는 노력들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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