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경기둔화’ 심화 가능성 ↑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3. 2.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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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진단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둔화 상황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에 이어 내수 회복세까지 꺾였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일보는 8일 경제면에서 이같은 내용의 경제전망 소식을 다루었다. 아울러 내년 7월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전면 허용된다는 소식도 다루었다. 

KDI는 7일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둔화 ‘가시화’에서 ‘심화’로…어두워지는 우리 경제

‘경기둔화 심화’는 지난달 KDI가 밝힌 ‘경기둔화가 가시화하는 모습’에서 한층 더 부정적인 진단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올해부터는 경기둔화가 가시화하고, 또 악화하면서 본격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둔화 심화의 주된 요인은 반도체 부진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급감하며 전월(-9.6%)보다 감소 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44.5%를 기록할 정도로 내리막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31.4%) 감소 폭이 확대된 가운데 그동안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미 수출마저 -6.1%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월 소비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5% 줄어 전월(-2.1%)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1월 기준으로 집계한 소비자심리지수도 90.7로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수출과 내수는 줄고 있는데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가스 등 ‘난방비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5.04%에서 1월 5.18%로 확대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상저’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완화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중기적으로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가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향후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진작효과가 크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이 혼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적으로는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품목 수출이 주로 미·중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개최한 특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소비 회복 흐름이 약화하면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그는 “주요국 경기 흐름,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집값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정,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자본이탈 우려 등으로 향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재우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이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수준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외환시장 빗장 내년 하반기부터 풀린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 70년 넘게 유지돼온 국내 외환시장의 빗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풀린다. 정부는 이날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외환시장 참여가 허용된다. 외환시장은 금융기관 간 외환거래가 일어나는 장외시장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국내 금융기관만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으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 외국환거래법상 외국환업무취급기관과 동일한 유형의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에 외환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만, 헤지펀드 등 투기 목적의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는 제한된다. 정부는 개방 범위에 현물환뿐 아니라 1년 이하 만기 단기 외화자금 거래인 FX스왑거래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오전 9시∼오후 3시30분인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도 10시간 30분 더 늘어난다. 마감 시간이 런던 금융시장 마감에 맞춰 오전 2시까지 연장된다. 이에 따라 야간시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외환시장이 일찍 마감된 탓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환율로 1차 환전하고,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 개장 이후에 실제 시장 환율로 정산했던 불편함을 덜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은행권 준비 상황 등을 봐가면서 개장 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외환시장 개방에 나선 것은 무역규모 등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반면 외환시장이 정체돼 자본·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원화를 투기적 경로로 활용하거나 조선사 호황 등 국내 요인에 따라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등 폐쇄·제한적 외환시장 구조가 오히려 환율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17년 1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도입 등으로 대외부문 취약성이 크게 완화되고, 지난해 ‘킹달러’ 속에도 원·달러 환율이 주요 통화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대외안정성이 개선된 점도 이번 대책 추진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소환되고 있는 현실에서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명확한 통제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야간 시간대 유동성 부족이나 역외 영향력 확대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및 쏠림 현상 심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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