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노이즈?" 대만·태국 '농심 라면' 조사, 석연찮은 까닭
기사내용 요약
대만 이어 태국도 농심 신라면 유해물질 검사 진행
韓식품안전연구원 "위해한 수준 아냐, 걱정할 필요없어"
"한국 라면 견제 위한 '흡집 내기'" 학계 분석도 나와
[서울=뉴시스]김혜경 주동일 기자 = 대만에 이어 태국이 잇달아 수출용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의 유해 물질 검출 가능성을 이유로 검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유통 제품은 수출용과 다른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게 농심 설명이다. 일부 국가에서 급성장하는 한국 라면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만 식품 당국이 지난달 수출용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약 1000상자를 대상으로 현지 통관 조사를 한 결과 '2-클로로에탄올(2-CE)'이 0.075ppm 검출돼 기준치를 넘어섰고, 농심도 해당 제품 전량 폐기에 나섰다.
대만 당국은 2-CE와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를 같게 보는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두 물질을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에 이어 같은 달 태국 정부도 동일 제품의 유통을 금지하고 EO 검출 가능성을 조사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수출 전용 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대만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우리나라 식약처는 "해당 제품의 국내용과 수출용 생산 라인이 달라 조사에 들어갈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에선 2-CE를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는다.
신라면은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이른바 '국민 라면'인 만큼, 수출용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나왔다는 해외 언론 보도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까지 불안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인체에 위해한 수준이 아니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학계 의견도 나왔다. 대만이 문제 삼았던 라면 제품에서 검출된 물질이 EO가 아닌 2-CE라는 설명도 더해졌다.
실제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관련 의견서에서 "대만이 문제 삼은 EO는 사실 2-CE라는 물질이며, 검출량도 미미해 인체에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만에서 문제 삼은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분말 스프에서는 EO가 0.075ppm(㎎/㎏) 검출되며 대만 정부의 기준치를 0.02ppm 초과했는데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대만에서 문제 삼은 제품에서 검출된 것이 EO가 아닌 2-CE라고 지적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의견서에서 "유럽연합과 대만은 EO와 2-CE 합을 EO로 표시한다"며 "대만이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EO는 사실 2-CE"라고 밝혔다.
EO는 살균제(농약)인 반면, 2-CE는 EO의 대사 물질로 환경에서도 존재하는 물질로 발암물질이 아니다. 그런데 대만은 EO와 2-CE의 합을 EO로 표시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유럽연합(EU)과 대만은 EO와 2-CE를 합쳐 관리하는 현재의 불합리한 기준·규격을 국제 규격인 코덱스(CODEX)와 연계해 2-CE 잔류량만 별도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만의 EO 기준치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극히 엄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만의 EO(2-CE 환산 포함)기준치는 0.055ppm이다.
이는 ▲미국의 EO 기준치가 7ppm, 2-CE는 940ppm ▲일본의 2-CE 기준치가 10ppm ▲우리나라가 EO는 불검출, 2-CE는 30ppm까지 허용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극히 엄격한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은 "2-CE가 천연 유래로 검출되는 물질이라는 걸 인정해 잔류 허용치를 현실적으로 더 높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은 당초 EO에 대한 기준치 자체가 없었으나 지난해 3월 0.055ppm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이후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동남아 등지에서 수출된 라면들이 잇따라 대만의 EO 기준치를 넘어서 문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국가의 엄격한 잣대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인기가 급상승 중인 K라면의 수출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만이나 동남아에서 한류 영향이 커지고 한국 라면이 급성장하자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만과 태국에서 농심 라면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3%, 18% 성장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도 이번 사건과 관련 "인체 위해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라면 2-CE 사태에 대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노이즈'에 휘둘려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지금은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식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하고 규제 장벽도 더 높여야 할 때"라고 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에서 발생했던 2021년 5건, 지난해 8건의 우리나라 수출 라면 2-CE 검출 사건은 비록 부적합으로 회수되긴 했지만 그 잔류량이 워낙 미량이어서 연방위해평가연구소(BfR)의 위해성 평가 결과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편 한국 식약처도 최근 계속되는 논란을 감안해 국내 유통 중인 라면 등 식품을 조사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오는 17일까지 1분기 유통 식품 안전성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항목에 최근 논란이 된 EO와 2-CE 검출 여부를 포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외 수출 중인 식품 가운데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제품의 국내 유통분을 수거해 성분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해외 수출 중인 일부 제품에서 2-CE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 이번 검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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