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에너지로”… 지자체 소각장 폐열로 난방비 아꼈다 [밀착취재]

이보람 2023. 2. 8.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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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성암소각장, 증기 생산·판매
2022년 인근기업 5곳에 38만t 공급
해당업체 “에너지비용 25% 절감”
해운대소각장은 아파트 난방 공급
세대당 연간 8만5000원 절약 효과
대전열병합발전소도 年 10억 절감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비용을 아껴 똑똑하게 ‘생존’하는 곳들이 있다. 버려지는 생활쓰레기를 불에 태워 그 열을 난방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다.
성암소각장에서 생산한 스팀을 인근 업체로 공급하는 배관의 모습. 이보람 기자
지난 3일 울산 남구 용연공단 내 성암소각장.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연두색 건물로 초록색 5t 덤프트럭이 들어섰다. 트럭은 신라면 봉지 등 시민들이 버린 생활쓰레기 3.5t을 깊이 20m쯤 되는 저장소에 내려놓았고, 천장에 달린 대형 집게가 쓰레기를 집어 소각로에 넣었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생긴 1085도의 열은 보일러를 돌려 400도의 뜨거운 증기(스팀)를 만들어냈다. 스팀은 시간당 30t씩 보온재로 감싸인 지름 50㎝ 은색 배관을 통해 3.2㎞쯤 떨어진 한주 공장에 보내졌다. 성암소각장은 지난해 7월부터 한주에 스팀 공급을 시작해 12월까지 12만5000t의 스팀을 판매했고, 35억원을 벌어들였다.
한주는 스팀을 생산해 다른 공장에 공급하는 업체인데, 이전엔 오롯이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의존해 산업 및 난방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보일러를 돌렸다. 한주 관계자는 7일 “지난해 25% 정도의 에너지 비용 절약 효과가 있었다”며 “에너지 가격 폭등을 예상하고 스팀을 공급받기로 한 건 아니지만, 올해는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암소각장은 모두 3기의 소각시설로 돼 있는데, 2008년부터 쓰레기를 태워 만든 폐열로 스팀을 생산해 인근 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주와 효성, 한솔제지, 바커케미칼, 고등기술연구원 등 5곳에 37만8000t의 스팀을 공급, 118억5300만원을 벌었다. 내구연한 15년을 넘어 20년 넘게 가동 중인 1, 2호기를 재건립해 소각시설 규모가 더 커지는 2026년이면 스팀 공급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
울산 성암소각장에서 트럭이 수거한 쓰레기를 내려놓고 있다. 이보람 기자
쓰레기로 만든 열은 아파트도 덥힌다. 부산 해운대구 ‘그린시티’가 그런 곳이다. 해운대소각장은 1996년 7월부터 하루 170t의 쓰레기를 태워 인근 아파트와 공공시설 4만4000여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쓰레기를 태워 만든 난방열은 지역난방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겨울철이면 폐열 보일러로는 충분하지 않아 수소연료전지(38%)와 LNG보일러(42%)를 함께 돌린다. 이렇게 지난 한 해만 38억5000만원 정도의 난방비 무상공급 효과를 얻었다. 단순 계산하면 한 가구당 연간 8만5000원 정도 난방비를 아낀 셈이다.
좌동 지역난방을 이용하는 한 주민은 “112.3㎡(약 34평) 아파트에 사는데 지금까지는 소각로 덕에 저렴하게 난방을 했다”며 “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난방요금이 지난해 10월부터 올랐는데(15.91%), 한 달에 9000원 정도 더 내게 됐다. 도시가스 사용하는 집과 차이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대전에서도 쓰레기 열로 난방비를 아낀다. 대전 대덕구 목상동 1630가구는 대전열병합발전소의 소각장 폐열로 난방을 공급받는다. 2004년 소각장이 건설되면서 폐열을 난방열로 사용하고 있는데, 목상동 난방 공급량의 25%가 폐열 난방이다. 연간 10억원의 난방비를 아끼고 있다.
목욕탕이나 찜질방에도 쓰레기 열은 똑똑하게 난방비를 줄이는 효자다. 경남 창원 진해구 덕산동의 진해자원회수시설은 2005년 9월부터 하루 50t의 쓰레기를 태워 만든 폐열을 지상 2층(연면적 588㎡) 크기의 목욕시설로 보내 쓰고 있다. 주민편의시설로 만들어진 이곳엔 1층 목욕탕, 2층엔 찜질방이 있다. 폐열로 만든 뜨거운 증기로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까지 만들어 사용한다. 창원시 관계자는 “소각시설 반경 300m 안에 거주하는 주민은 사우나 3000원, 찜질방 5000원에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주민은 1500∼2000원 더 줘야 한다”며 “주민들의 이용이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희종 울산연구원 환경안전실장은 “폐열 활용 시설은 원유나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시설들의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여 효율을 높일 기술을 개발하면 더 똑똑하게 에너지 대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울산·부산·창원·대전=이보람·오성택·강승우·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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