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의 카사 인수 소식에… 불편한 속내 비치는 프롭테크 업계

백윤미 기자 2023. 2.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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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카사)'가 대신증권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계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전략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신증권이 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라이선스 소멸 여부는 금융위원회와 충분히 의논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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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카사코리아(카사)’가 대신증권에 인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계 일각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사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만든 규제 샌드박스의 혜택을 받았는데, 제도권에 편입된다면 남아있는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자본시장에서 프롭테크 업계의 수익성을 인정받은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업계에 이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신증권이 인수를 추진 중인 카사코리아가 상장한 건물들. /카사 제공

8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카사의 경영권을 포함한 과반 지분을 사들이고, 이달 중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카사는 부동산 신탁회사가 발행한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계약 기술을 통해 투자자들이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번 인수는 금융당국이 지난달 증권형 토큰(STO) 발행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신증권은 카사 인수를 통해 STO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한다. 증권사는 증권형 토큰의 발행·상장을 도와주고 개인 투자자들이 사고팔게 하면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0%’에 수렴하고 있는 주식 거래 수수료를 대체할 새 수입원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프롭테크 업계에서는 카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카사는 지난해 말 위메이드와 신아주그룹·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90억원의 투자를 받은 후 약 1년 만에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부동산 업계 투자 환경이 경색되면서 성사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매각은 카사 측에서 대신증권에 먼저 제안 했고, 1년여 간 인수 조건 등을 조율한 뒤 계약이 성립됐다.

카사와 같은 혁신 금융 서비스 회사는 매각되는 경우 규제 샌드박스 라이선스가 소멸해 더 이상 조각투자업을 영위할 수 없다. 현행 금융혁신법에 따르면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은 사업자에게 합병이나 전환 등으로 인한 조직 변경이 있을 경우 해당 서비스의 지정 효력은 상실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전략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신증권이 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규제 샌드박스 라이선스 소멸 여부는 금융위원회와 충분히 의논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보는 프롭테크 업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한 프롭테크 기업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 취지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테스트베드’가 되라는 게 아니라 기존 금융 서비스와 차별화된 핀테크와 프롭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라는 것”이라면서 “카사의 제도권 편입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본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업으로 계속 커 나가고 싶은 회사까지 나중에라도 회사를 키워서 파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비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프롭테크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 축소에 더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중고에 처한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을 틈타 제도권 금융회사에 헐값에 넘어가는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의 혁신이 사라진다는 얘기”라고 했다.

반면 이번 인수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수익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인수전에 임했을 증권사에서 봤을 때도 카사가 매력이 있다고 판단해 인수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면서 “기존 금융권에서 프롭테크 기업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점에서 좋은 징조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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