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출신도 못 살렸다”… ‘양면팬’ 신화 해피콜, 실적 악화에 대표 교체

양범수 기자 2023. 2.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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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취임한 첫 여성 CEO 박소연 대표 지난달 사임
2021년, 브랜드 리뉴얼과 코로나19 특수로 실적 반등하기도
“코로나19 종식에 주방용품 수요 급감… 경영 악화로 대표 사임”
신임 대표에는 배수찬 SCM 본부장… “영업 조직 중심 운영”

양면팬 브랜드 ‘해피콜’로 알려진 HC컴퍼니의 박소연 대표가 지난달을 끝으로 사임했다.

박 전 대표는 HC컴퍼니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2019년 취임 이후 실적 반등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리오프닝으로 주방용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경영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물러난 것이다.

HC컴퍼니의 '해피콜 뉴 다용도 양면팬' /HC컴퍼니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 HC컴퍼니의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하면서 취임 약 3년 6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았다. 박 전 대표는 2019년 7월 전임자가 물러나면서 공석이던 대표직에 선임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리바이스와 월마트, 샤넬코리아 등에서 근무한 박 전 대표는 당시 악화하던 HC컴퍼니의 경영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선임됐다.

그는 취임 이후 외부 컨설팅을 받아 브랜드 이미지를 리뉴얼하고, 1-2인 가구를 노린 ‘소형가전’ 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또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의 주력 판매 채널이던 홈쇼핑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

박 전 대표의 개혁과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주방용품과 소형가전에 대한 수요 증가로 HC컴퍼니는 일시적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하기도 했다.

HC컴퍼니의 매출액은 2016년 2071억원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박 전 대표가 취임하던 2019년에는 10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4억원에서 42억원으로 줄었다.

박 전 대표 취임 이후인 2020년에는 기존 90%에 달하던 홈쇼핑 판매 비중을 40% 수준으로 낮추면서 매출이 272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이듬해 1202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2억원으로 줄었다가 45억원으로 늘면서 이전 수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실적 반등에는 홈쇼핑 판매 축소 외에도 소형 인덕션, 믹서, 토스터 등의 주방 가전 출시 성과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6월 종합 주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현재 사명(HC컴퍼니)으로 사명과 BI(브랜드 이미지)를 변경했다.

하지만 HC컴퍼니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을 개선하지 못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폐지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주방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회사 경영상황이 다시 악화했다.

HC컴퍼니 관계자는 “2020년에는 홈쇼핑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이전 수준으로 이를 회복한 2021년에도 영업이익률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루미늄이 제품의 주 원재료인데, 원재료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좋지 못했고 원재료 가격도 많이 오른 영향이 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집에서 음식을 해 드시지 않다 보니 주방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고, 결산이 나진 않았지만 지난해 실적도 좋지 못했다”면서 “박 전 대표의 사임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HC컴퍼니는 박 전 대표의 후임으로 배수찬 SCM(공급망관리) 본부장을 선임했다. HC컴퍼니는 배 신임 대표 체제에서 영업 조직을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HC컴퍼니는 1999년 설립된 주방용품 전문 기업으로 2001년 출시한 ‘양면팬’이 누적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서는 등 성공을 거뒀다.

이후 ‘다이아몬드 코팅팬’, 초고속 블렌더 ‘엑슬림’ 등이 인기를 끌면서 2016년에는 매출액 2071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올렸고, 같은해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와 골드만삭스에 1800억원에 인수됐다.

업계는 해피콜이 사모펀드에 매각된 이후 경영 악화 일로를 걷는 배경으로 창업주인 이현삼 전 회장의 부재와 홈쇼핑 산업의 침체를 꼽는다.

해피콜이 매각 이후 이렇다 할 후속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는 그의 부재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 주방용품 업계 관계자는 “해피콜은 대단한 자체 기술을 가진 회사라기보다 물건을 굉장히 잘 팔던 회사”라면서 “그 중심에는 이현삼 전 회장의 영업적인 능력이 컸다”고 했다.

그는 “이 전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핵심 인력들이 회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대거 이탈했는데, 제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과 퍼포먼스를 구상하던 인력들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회사를 대표할 후속 모델도 나오지 않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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