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온다’ 설레는 아이폰 유저들, 아직은 지갑 챙겨야 하는 이유

김은성 기자 2023. 2. 8.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국내 서비스 개시…전망은
국내 10%뿐인 NFC 결제 단말기
당분간 현대카드만 가능한 환경 등
간편결제 시장 점유·안착에 변수

직장인 A씨(28)는 최근 시간날 때마다 직장과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아이폰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되는 가맹점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있다. A씨는 “아이폰 유저들도 외출할 때 지갑을 두고 다닐 수 있게 돼 벌써부터 설렌다”며 “삼성페이 때문에 갤럭시폰을 쓰다가 애플페이 도입에 아이폰으로 교체를 고민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도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게 됐다. 한국 도입이 번번이 무산돼 ‘다음달 페이’ ‘통일 후 페이’로까지 불리던 애플페이 출시가 금융당국의 약관심사 완료로 공식화됐다. 7일 금융당국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내달 중 현대카드와 제휴해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1위인 삼성페이를 위협할 수 있을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눈길이 쏠린다.

애플페이는 결제칩이 휴대폰에 내장돼 실물카드 없이도 결제를 가능하게 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2014년 출시돼 70여개 국가에서 5억명이 넘게 쓰고 있다. 2021년 기준 결제 규모가 6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2위를 자랑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1위 업체 비자는 10조달러, 삼성페이는 2000억달러 수준이다.

자료: 시장조사기관 STATISTA

■ 통일 후 상륙한다더니 내달 개시

애플은 한국 진출을 위해 2015년부터 카드업계와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단말기 보급과 수수료 문제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애플페이는 결제처에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NFC는 칩이 내장된 스마트폰을 상점 리더기 근처에만 가져가면 서로 정보를 읽어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이다. 반면 국내 카드 가맹점에서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단말기를 쓴다. MST 단말기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선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290만여개 중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에 그친다.

삼성페이는 MST 방식과 NFC 방식을 모두 갖춘 범용성을 앞세워 국내 페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올라섰다. 2015년 출시 후 7년 만에 국내 사용자 수 1600만여명, 누적 결제금액 182조원의 성과를 올렸다. 이에 애플페이가 삼성페이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보편화된 결제 수단이 있는 가운데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며 “현대카드를 발급 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현대카드가 없는 아이폰 유저들은 현대카드를 발급받아야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애플과 계약을 맺고 투자에 나선 현대카드와 달리 다른 카드사들은 애플페이를 제공하려면 애플과 협상을 거쳐 별도 계약을 체결해야 해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또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도입된 일본과 중국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에서도 아이폰 점유율 변화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현금 결제 비중이, 중국은 QR코드 결제 비중이 높게 자리잡아 2016년 도입된 애플페이가 시장에 충분히 안착하지 못했다.

자료: 시장조사기관 STATISTA
젊은층 주 고객인 프랜차이즈는
이미 NFC 단말기 갖춘 곳 많아
국내 1위 ‘삼성페이 위협’ 분석도

■ 삼성페이 아성 넘을지 분분

반면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삼성페이가 주로 사용하는 MST보다 NFC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카드에 이어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NFC 단말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어서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은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단말기 설치를 지원한다. 또 아이폰 유저인 2030세대가 자주 찾는 편의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등은 이미 단말기를 갖춘 곳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애플페이 서비스 출시를 통해 일반 이용자들의 결제 편의성이 제고되고 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제 서비스의 개발·도입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애플이 요구한 수수료(0.1~0.15%)가 카드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수수료가 당장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페이 흥행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아이폰에 국내 점유율을 일정 부분 내줄지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페이에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붙들기에 나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신용카드학회장)는 “이미 젊은층이 주로 가는 곳에서는 NFC가 설치돼 있거나 늘어나는 추세여서 삼성페이가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골목상권 등의 소형 가맹점까지 단말기 보급이 이뤄진다면 삼성페이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