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강원 노포 탐방] 34. 강릉 동원건어물

이연제 2023. 2.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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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린 최고급 건어물 판매, 인심 마를 날 없는 사장님 솜씨
중앙시장 건어물 골목서 44년째 운영
2대째 10평 남짓 가게서 건어물 판매
강신환 대표, 36세에 본격 승계
대형마트와 경쟁가능 ‘건어물’ 고집
백년가게 강릉 1호점 마케팅 효과 ‘톡톡’
수십년 단골 관리 철저·친절 베풀어 호황
10평 남짓한 공간에 100여가지의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동원 건어물.

44년전 중앙시장 건어물 골목에 작은 가게를 얻어 지금까지 운영 중인 건어물 가게가 있다. 바로 2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동원 건어물’. 동원 건어물은 10평 조금 넘는 공간에서 100여가지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건어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동원 건어물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가게를 운영 중인 강신환(58) 대표의 부모님은 강릉에서 2·7일 장이 서는 날이면 직접 과일이나 채소 등을 판매했고, 이후 1979년 무렵 중앙시장에 10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건어물을 팔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부모님이 하던 가게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처음에는 동원상회라는 이름이었는데 가게를 물려 받은후 동원 건어물로 상호를 바꿨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건어물 가게를 이을 생각은 아니었다는 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타지에서 30살 넘도록 직장을 잘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다치셨고, 시간이 되는 주말이면 강릉에 내려와 조금씩 돕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나이가 90년대 후반 무렵으로 당시 36살의 젊은 나이였다”고 회고했다. 강 대표가 가게를 물려받고 나서도 종목을 바꾸지 않고, 건어물을 계속해서 취급한 이유는 대형마트와 경쟁했을때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품목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건어물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구매하지 못한다”며 “쉽게 말하면 같은 도매로 가져와도 낮은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매상들은 싸게 팔아도 남는게 있지만, 대형마트 등은 기본적으로 남겨야 하는 이윤의 마지노선이 있기 때문에 건어물 가게보다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신환 대표

동원 건어물은 몇해 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실시하는 백년가게 강릉 1호점으로 선정되면서 SNS 홍보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SNS 홍보 덕분에 인터넷 검색창에 강릉 건어물이라고 검색하면 가게 이름이 자주 노출되다보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 가 제주도와 강릉,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많이들 왔다”며 “신혼부부들이 찾아와 대량으로 구매해주고, 관광객들 역시 많이 찾아오니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을 시기에도 호황을 누렸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자체에서 전통시장 혹은 상인들을 위해 개발한 앱부터 신청할 수 있는건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더라도 SNS 홍보는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요즘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데, 이 안에 배달·주문 앱, 택배 앱도 있어 관리를 해야하고 매일 수 십통이 넘게 주문 전화나 거래를 위한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SNS 효과와 함께 가게가 잘되는 비결에는 수십년간의 걸친 단골 고객 관리도 한 몫한다. 강 대표는 지역 내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항상 직접 배달을 하면서 손님과의 신뢰를 쌓고, 손님들의 작은 부탁들은 최대한 거절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고 있다. 또 쉬는 날이면 질 좋은 건어물들을 공수하기 위해 전국 팔도를 다니기도 한다.

가게 효자 품목이자 강 대표가 가장 자신있게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건어물은 오징어와 황태, 미역이다. 오징어의 경우 인공 열기가 아닌 태양 건조한 오징어를 취급하는 데 씹으면 뒷맛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미역은 대다수 가게에서 양식을 쓰지만 동원건어물은 정동진(심곡) 자연산 미역을 쓴다. 황태의 경우 90%이상이 러시아산이지만, 러시아에서 건조한 황태가 아닌 대관령에서 건조한 황태를 고집한다.

2007~2017년 10년동안 중앙시장 번영회장을 맡아왔던 강 대표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 정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강 대표는 “우리 중앙시장 상인들 뿐만 아니라 일부를 제외한 강릉지역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힘든 부분을 넘어설수 있게끔 예를 들면 대출 이자를 5~6%까지 지원을 해주는 등 실질적인 도움들이 필요하다”며 “어려운 시기를 모두 잘 극복해 냈으면 하고, 앞으로도 동원 건어물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제 dusdn256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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