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에서 품위 있는 말을 쓰면 야당 의원답지 않은가

조선일보 2023. 2. 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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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되묻자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한 장관이 “잘 모른다”고 하자 나온 말이다. 정 의원은 이날 탄핵소추안이 제출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세워놓고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되는데 집에 가서 뭐 하실 생각이냐”고 묻기도 했다. 국회가 아니라 일반 시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비아냥대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한 장관에게 “대법원 판결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한 장관을 독직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검사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한 장관이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당연히 존중한다”고 하자 이 같은 질문을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대법원 판결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그 본래 취지가 무엇이었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성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왕’자 쓴 거 아느냐”며 “그럼 왕세자가 도대체 누구냐? 바로 한동훈 장관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을 마치 한 장관과 싸우는 시간으로 여기는 것 같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정부 질문에서 정책 질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련 영상들에는 “세금이 아깝다” “정치 현실이 서글프다” “낯 뜨겁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한**’로 표기된 ‘한국3M’을 한 장관의 자녀 이름으로 오인하고 질의하거나, ‘이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뜻하는 이모(姨母)로 오해해 ‘후보자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쓴 거냐’고 묻는 촌극을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자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한 장관에 대한 과도한 견제 심리 탓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얼마든지 국회에서 품위 있게 말하고 지적할 수 있다. ‘청담동 술자리’ 같은 거짓에 대해선 사과하면서 따질 것을 따진다면 국민 지지도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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