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은퇴 우울증’ 탈출법
은퇴 후 가장 사랑받는 남편은 노후 준비 잘해둔 남편, 요리 잘하는 남편, 아내 말 잘 듣는 남편이 아니라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한다.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한 남편은 배신감을 느낀다. 무능한 아빠, 쓸모없는 남편으로 여겨져 식욕도 없고, 밤에 잠도 잘 안 오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은퇴 증후군이다. 오래가면 우울증에 빠진다.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는 5060 남성이 19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49세라는 통계가 있다.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에 직장 다니면 도둑놈)란 말도 있다. 하지만 경제 무대에서 물러나 근로소득이 제로(0)가 되는 실질 은퇴 연령은 72.3세라는 전혀 다른 통계도 있다.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대다수 노년층이 노후 자금이 부족해 어떤 형태로든 돈벌이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5060 세대가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항상 ‘돈’을 1순위로 꼽는 이유다.
▶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후 생존 기간이 자꾸 길어지고 있다. ‘은퇴 후 50년’ 전망까지 나온다. ‘은퇴 후 50년 스마트한 생활법’을 쓴 일본의 노후 전문가는 미리 다양한 분야의 친구를 많이 사귈 것, 아내가 시키기 전에 집안일을 찾아서 할 것 등 깨알 조언을 하는 가운데 ‘오래 일하기’를 최우선 권장한다. 억지 노동보다 하고 싶은 새 일을 찾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인생 2모작을 위해 해마다 6만명 이상의 5060세대가 지게차·굴착기·전기·조경 기능사 등 국가기술 자격증을 따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창업도 못 할 건 없다. 전기공학자 어윈 제이컵스는 52세 때 퀄컴을 세워 세계 통신 업계 룰을 바꿨다. 작가 출신 허핑턴은 55세에 ‘허핑턴 포스트’를 창업해 저널리즘의 새 장을 열었다. ‘축적의 시간’을 쓴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어떤 나이건 자신만의 질문을 가진 사람은 사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늙음은 얼굴보다 마음에 주름살을 준다”고 했다. 미국 맥아더 장군은 “세상일에 흥미를 잃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도 마음에는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전 연세대 교수는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면서 “제일 행복한 나이는 60세에서 75세였다”고 회고한다. 동서고금의 선각자들은 무엇을 하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활동이 은퇴 우울증 덫에 걸리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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