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피습 英 작가 살만 루슈디 “죽다 살아나니 모두가 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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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피해 딱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 책의 이야기에만 매료됐으면”
“내일 일어날 일이 어제 일어난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자’, 이것이 내가 원망과 괴로움에 빠지지 않으려 수년간 매우 어렵게 터득한 방법이다.”
지난해 무슬림교도에게 살해당할 뻔했던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5)가 피습 후 처음 언론 인터뷰를 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문예지 ‘뉴요커’가 6일(현지 시각) 공개한 인터뷰에서 루슈디는 “아직 악몽을 꾸고, 글쓰는 게 힘들다”면서도 일상을 찾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인터뷰는 루슈디의 37년 지기인 퓰리처상 수상자 데이비드 렘닉(64) 기자를 통해 지난 12~1월에 걸쳐 이뤄졌다.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형 칙령(파트와)을 받은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출판사와 번역자, 서점 등이 테러를 당했다. 루슈디는 런던에서 고강도 경호를 받다가 2000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경호 없이 살았는데, 지난해 8월 뉴욕의 한 문학 강연장 무대에 뛰어든 레바논계 미국인 하디 마타르(24)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몸통 등을 15군데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오른쪽 눈이 실명되고, 얼굴엔 큰 흉터가 남았다. 왼팔 신경이 손상돼 타이핑을 하기 힘들고, 체중은 18㎏ 넘게 줄었다고 한다. 루슈디는 “피습 당시를 감안하면 지금 아주 나쁜 상태는 아니다. 재활치료를 자주 받고 있다”며 넷플릭스도 본다고 했다.
다작으로 유명했던 루슈디는 “아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것에 시달리고 있다. 글쓰는 게 매우 매우 힘들어졌다. 앉아서 뭔가 쓰려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썼다 하면 공허한 쓰레기뿐이어서 다음 날 다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처럼 굴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누군가의 칼에 찔리다니! 하고 스스로가 딱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자기 연민에 빠진다는 게) 고통스럽다”면서도 “하지만 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내 사연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이야기에 매료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엔 내가 죽어야 할 자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날 싫어했다. 그런데 죽다시피 했더니 모두가 나를 사랑한다. 그러고 보니 살아남으려고, 잘 살려고 노력한 게 큰 실수였던 것 같다. 15번 찔리고 나니 (세상 인심이) 훨씬 좋아지지 않았나.”
루슈디는 “나는 운이 좋다”며 자신을 치료해준 의료진과 세계에서 응원해준 이들,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범인 마타르는 살인미수 혐의로 복역하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최근 뉴욕포스트 기자가 “‘악마의 시’를 읽어보긴 했느냐”고 묻자 “두 쪽 정도 읽었다. 유튜브에서 루슈디에 대한 영상만 봤다”고 말했다. 루슈디는 마타르에 대해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 뭐라 평할 수 없다”면서도 “그 멍청한 인터뷰는 봤다. 그는 그냥 바보”라고 말했다.
루슈디가 피습 전 써놓은 신작 소설 ‘빅토리 시티’는 7일 판매가 시작됐다. 인도의 한 소녀가 어머니가 죽은 뒤 신적인 힘을 얻어, 가부장제와 종교적 권위가 없고 여성이 지배하는 도시를 마술로 창조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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