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공급망 재편 가속… ‘脫한국’에 반도체-석유제품 ‘먹구름’

박현익 기자 2023. 2.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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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년 對韓 수입 134억달러 줄어
삼성전자 직원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시스템LSI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해 미중 갈등의 심화로 중국 내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늘어난 가운데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액은 감소했다. 특히 한국의 수출 1, 2위 품목인 반도체, 정유에서 중국이 자립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대(對)중국 무역수지 전망이 더 어둡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중국 해관총서, 무역통계월보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2001억6300만 달러(약 251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의 2135억5500만 달러 대비 6.2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일본(10.34%), 대만(4.46%), 미국(1.01%)으로부터의 수입도 줄었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은 중국의 4대 수입국이다. 이들로부터의 수입 합계액이 2021년 8506억3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028억8500만 달러로 5.61% 줄었는데도 중국의 전체 수입액은 2조7155억3700만 달러로 1.37% 늘었다. 특히 2019년까지만 해도 중국 내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은 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전체 수입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2016년 10% 수준에서 매년 하향세를 나타내 지난해 7.37%까지 떨어졌다.

기존 주요 교역국의 감소분을 상쇄한 대표국은 러시아다. 중국은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전년 대비 43.23% 늘어난 1122억25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줄곧 중국에서 10위 수입국이었다가 지난해 6위로 올라섰다. 말레이시아(1098억9200만 달러 수입), 사우디아라비아(778억800억 달러), 인도네시아(779억500만 달러)도 각각 11.95%, 37.26%, 22.43% 늘었다.

중국의 대한국 수입 감소는 반도체와 석유제품에서 특히 크다. 반도체는 메모리칩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게다가 중국 자체적으로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반도체 자립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2018년 5% 수준이던 중국의 칩 자급률은 2020년 10%, 지난해 17%까지 늘었다.

정유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정유국으로 부상하며 ‘탈한국’이 본격화됐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경유, 휘발유, 나프타 등 국내 석유제품의 최대 수출국은 2016∼2021년 6년 연속 중국이었으나 지난해 4위로 급락했다.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에서 7.9%로 줄었다.

중국은 특히 다른 나라들과 에너지 부문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변화가 더 가파르다. 중국은 원유·석유·석탄·가스 4대 에너지 자원에서 지난해 3∼12월 러시아로부터 984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한 규모다. 중국은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은 물론이고 극동항구, 러시아 근접 유럽 항구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석유 감산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이 만나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맺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미중 반도체 싸움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수출 규제 속에서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에 특화한 말레이시아를 활용해 유통망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한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에서 모두 줄어든 반면 말레이시아는 전년 대비 34.54% 늘어난 9억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산 반도체 장비 수입액도 37억1100만 달러에서 47억4000만 달러로 27.72% 증가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들여오던 중간재, 자본재의 수입을 적극적으로 대체하면서 앞으로도 가치사슬 재편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교역량이 줄어 잠깐 아쉬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와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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