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원점서 비용 재검토했더니… 주류부문 적자 벗고 흑자로

배미정 기자 2023. 2.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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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 ‘제로베이스 예산편성 프로젝트’의 비용절감 성공 사례
롯데칠성음료는 ZBB 프로젝트로 절감한 비용을 지렛대 삼아 2021년과 2022년 신제품 라인을 출시함으로써 영업이익을 개선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2017년부터 4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에 허덕이던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의 주류 부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를 뚫고 2021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롯데칠성은 이처럼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의 비결로 2020년부터 추진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Zero-Based Budgeting·ZBB) 프로젝트를 꼽는다. ZBB는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수익성 개선 방법론으로 과거의 실적과 예산 수립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원점에서 비용 항목을 재검토해 예산을 수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로 외형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기업들이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ZBB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칠성이 ZBB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한 사례를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62호(2023년 2월 1호)의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왜 ZBB인가?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는 2020년 전략기획부문장으로 근무하며 롯데칠성 주류 부문의 ZBB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기업 입장에서 비용 절감은 매년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동안 기업이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은 ‘원가 절감 전체 몇 %’ 식의 목표를 세우고 부서별로 비용 항목 리스트를 만들어 광고선전비나 판매촉진비같이 당장 일회성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부터 삭감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풍선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예컨대 한쪽 부서에서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특정 인력을 줄였더니 그 영향으로 다른 부서가 인력을 더 늘리게 되는 식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서별로 실컷 비용 절감을 추진했는데도 정작 회사 전체 손익에는 그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일회성의 비용 삭감은 단기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이에 롯데칠성은 2020년 2월 박윤기 당시 전략기획부문장(현 롯데칠성 대표이사)의 주도로 ZBB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고 전 사업 부문이 근본적인 비용 구조 개편을 위해 협업하는 ZBB 실행 체계를 구축했다.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

롯데칠성은 특히 기존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원점에서 고민했다. 무슨 비용(what)을 줄일지를 일회성으로 고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how)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지에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주류 부문의 경우 그동안 주종별로 예산을 집행했기에 같은 성격의 비용도 다른 계정 과목으로 정리되는 등 예산 구조가 복잡했다. 이에 2020년 신규 예산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기준을 일원화하고 비용 성격별 예산 집행과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2021년에는 음료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알미늄의 페트병 제조 사업을 인수하는 수직 계열화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직접 페트병을 생산해 음료 주입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구매와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도 생산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을 과감히 정리하고,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등의 각종 사업 구조 개편의 아이디어들을 ZBB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현장 중심의 실행 체계

롯데칠성 ZBB 프로젝트의 특징은 비용 관리의 책임을 비즈니스 현장의 리더들에게 분산시켰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주류 생산, SCM, 브랜드, 영업전략 등 10개 부문의 부문장을 코스트 오너(Cost Owner)로 지정했다. 코스트 오너는 담당 부문별 비용 관리, 즉 비용 절감 계획 추진과 목표 달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예산 관리가 기획팀의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현장을 관리하는 리더인 부문장이 코스트 오너로서 직접 비용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코스트 오너들은 직접 자신이 책임져야 할 비용의 카테고리를 진단하고 ZBB팀과 협업해 비용 절감의 목표와 실천 방안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코스트 오너들은 워크숍을 통해 2020년부터 3개년간 총 112건의 과제를 실행해 약 1170억 원을 절감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리고 매달 경영진 회의를 통해 과제 진행 현황을 공유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를 조정하는 등 모니터링을 지속하면서 목표를 실천해 나갔다.

●미래지향적 마인드세트 고취

롯데칠성은 ZBB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격적인 비용 절감의 목표 설정을 주문하는 동시에 아래로부터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ZBB팀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ZBB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공모전을 실시했다. 2주간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전에 총 123명이 참여해 166건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일상 업무의 불편 사항부터 현업 직원만이 파악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다수 제기됐다. 공모전을 통해 수집된 직원 의견들은 ZBB의 과제를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됐을 뿐 아니라 쇄신의 분위기를 조직 전체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ZBB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을 얻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을 통해 회사 측은 특히 ZBB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내는 식의 고통스러운 비용 절감 프로젝트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임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 같은 동기부여 체계도 마련했다. 초창기에는 ZBB 성과가 뛰어난 개인과 팀을 선정해 해외 휴가와 성과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현재는 매년 ZBB로 거둔 성과를 전체 임직원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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