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왜 장사를 하려구요?

최아휘 아휘의 부엌 오너셰프 2023. 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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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휘 아휘의 부엌 오너셰프

이렇게 물어보면 대개는 뜸을 들이다 이내 “돈을 많이 벌어야죠”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곤 한다. 내게 DM을 보내거나 가게로 와 장사를 해보고 싶다며 가맹 교육 컨설팅 등을 문의하는 경우는 대부분 음식점과 술집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경우다. 나는 가맹사업에 대한 지식도, 컨설팅을 해줄 만한 경험치도, 교육을 시켜줄 만한 시간과 정신적 여력조차도 없다. 다만 그들의 물음에 그간의 경험을 빗대 솔직한 생각을 나눔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장사를 한다고 과연 많은 돈을 벌 수는 있는 걸까?

필자의 가게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골목 안에 있어 보잘것없고 작은 식당 겸 술집에 불과하다. 단지 대부분의 음식들이 수제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제외하곤 음식도 늦게 나오고 술과 잔 등을 셀프로 가져가는 등 손님들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손님들은 많으니 주인장이 돈을 좀 버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요즘처럼 고물가, 고임금 시대에 앞으로 남는 것 같아도 뒤로는 밑지는 가게들이 많다. 음식점은 1000원을 올려도 손님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오른 임금 때문에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직원을 고용하는 일도 버거워졌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을 보면 자영업자들 중 음식과 술집 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는 이들의 모습과 가게들을 상당히 많이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장사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대다수 자영업자들의 현황은 정반대가 아니던가.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에 가보면 1, 2년 사이 간판이 바뀌는 가게들이 너무도 많다. 그건 기존 임차인이 망해서 나갔다는 얘기고, 그럼에도 또 다른 이가 가진 돈 대부분과 대출까지 끌어와 새 가게를 열었다는 뜻이다.

그럼 간판이 바뀌지 않은 가게들은 돈을 많이 벌고 있을까?

이미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겪는 동안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금융권에서 크고 작은 대출들을 받아 오랜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총상을 입어 지혈한 자리를 바늘로 대충 꿰매고 붕대를 감은 채로 다시 전쟁터로 나선 상황이란 뜻이다. 장사가 크게 호전되지 않고 마진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출만기가 돌아왔을 때 자영업자들의 붕대는 터질 것이고, 그때는 또 꽤 많은 간판들이 바뀌어 있거나 공실들이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

장사는 돈이 있다고 다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턱이 낮아 쉽게 진입할 수는 있을지언정 준비를 하지 않은 채로 덜컥 시작했다가는 매달 쉬는 날 없이 죽도록 일하고도 자신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챙겨가지 못하고 몸만 망가지는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2년도 안 돼 간판이 바뀐 가게들은 그렇게 무너진 경우가 많다. 1년이 되기도 전에 마음은 이미 그만두고 싶어져 있다. 버틸 수 있는 장사 근육도, 맷집도, 극복할 경험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사를 한 세 번 정도 망하고 나면 그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그때부터는 잘할 수도 있다. 그치만 당신의 가족들이 그 과정을 버틸 수 있는가? 아니 당신이 가정을 지킬 수조차 있겠는가? 첫 장사에 전 재산을 비싼 수업료로 탕진했다면 말이다.


그러니 부디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본 후 아예 시작을 하지 말거나, 하더라도 정말 오랜 시간 철저하게 준비해서 장사를 잘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된 후 시작하기를 소망한다. 아이템에 대한 자신감만 가지고 덤비는 어리석은 실수는 결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단기간에 대박 날 거라는 기대감도 갖지 말길 바란다. 장사만큼 인내심이 필요한 업종도 드물다. 다만 자신의 올곧은 장사철학을 지켜가며 늘 부지런하고 손님에게 잘하길 바란다. 자신과 가게를 끊임없이 성장시켜나갈 수만 있다면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이제까지 내가 했던 일들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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