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3> 하서 김인후가 정월대보름날 밤에 쓴 시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3. 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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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낮은 것은 땅의 형세에 따라서이고(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이르고 늦은 것은 하늘의 시간에 따라서이네.

/ 사람들의 말에 어찌 다 개의하겠는가(人言何足恤·인언하족휼)/ 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네.

첫 행의 뜻은 똑같은 달이라도 산 위에선 낮게 뜬 것으로 보이고, 들판에선 높이 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마지막 행에서는 밝은 저 달의 움직임은 본래 욕심이나 사사로움이 없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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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네(明月奉無私·명월봉무사)

높고 낮은 것은 땅의 형세에 따라서이고(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이르고 늦은 것은 하늘의 시간에 따라서이네.(早晩自天時·조만자천시)/ 사람들의 말에 어찌 다 개의하겠는가(人言何足恤·인언하족휼)/ 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네.(明月奉無私·명월봉무사)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정월대보름날 밤에 지은 오언절구 ‘上元夕 ’(상원석)으로, 그의 문집인 ‘하서집(河西集)’에 수록돼 있다.

대보름날이 엊그제였다. 대보름과 관련해서는 한시가 제격이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첫 행의 뜻은 똑같은 달이라도 산 위에선 낮게 뜬 것으로 보이고, 들판에선 높이 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행에서는 달이 일찍 뜨느냐, 늦게 뜨느냐 문제는 사람과 아무런 관계 없는 하늘의 시간에 따른 결과임을 말한다. 셋째 행은 높니 낮니, 이르니 늦느니 하는 사람들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행에서는 밝은 저 달의 움직임은 본래 욕심이나 사사로움이 없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몇 년 전까지는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 목압마을에는 정월대보름날이면 집마다 오곡밥을 해 먹었다. 그런데 이번 대보름에는 거의 해 먹은 집이 없다고 한다. 이 골짝은 예전 생활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 필자는 평소 정부기관이나 학계에서 이 분들 삶의 양식을 보존하거나 생활사적으로 연구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덕은다원에는 106세 할머니가 건강하게 생활하신다. 81세 아들은 청년이다.

마을 할머니들은 지금도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새벽에 정한수를 떠놓고 소원을 비신다. 지리산 산간마을이어서 할머니들은 산나물을 많이 해 드신다. 특히 할머니들은 집 주변에 심은 아주까리 잎을 따 쪄서 쌈을 싸 먹거나 나물을 해 밥에 비벼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그런데 한 번씩 찾아오는 자식·손주들이 아주까리 잎을 꺼리다 보니 점차 멀리한다고 했다.

마을 할머니들이 해 드시던 음식은 화전민처럼 살던 선조들의 독특한 음식문화다. 화개골 음식을 조사해 ‘화개골 음식전시관’(가칭)이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필자의 바람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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