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예술작품의 기록성

경기일보 2023. 2.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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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시인·안양대 교수

지난 2월1일부터 ‘못다 핀 청춘-10·29 이태원 참사 넋기림전(展)’이 서울 인사동에 있는 ‘아르떼 숲’에서 열리고 있다. 40여명의 화가, 서예가, 시인, 문화담론가 등이 출품했는데, 작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아픈 것은 물론 예술작품의 기록성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1월17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현장 조사, 기관 보고, 청문회 등을 가졌지만 정부 당국의 비협조와 짧은 조사 기간 등으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에 따라 온전한 추모도, 충분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해 유가족의 슬픔은 깊어졌고 시민들의 실망감도 쌓이게 됐다. 결국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미완으로 남았다.

이태원 참사와 관계된 주무부처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구차한 변명을 하며 버티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금의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나누듯이 세상의 그 어떠한 일도 시간을 이겨낼 수 없다. 가령 참사의 정확한 연도와 날짜와 희생자 수 등은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참사로 빚어진 분위기며 슬픔이며 아픔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그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의 국정조사 활동 같은 경우 기록조차 온전히 해내기가 힘들다. 책임을 회피하고 조사를 방해하는 관계자들을 비롯해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인들과 몰지각한 시민들이 있기에 참사의 기억을 오롯이 되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예술가들의 ‘넋기림전’은 참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작품들의 상징과 색깔과 형상 등은 진상 규명에서 빠진 참사의 분위기와 아픔과 슬픔을 복원해 상기시키고 있다. 곧 법과 제도를 넘어 참사를 기록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다. 나아가 생명을 존중하고 사고의 재발을 막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예술작품의 창의력이란 기록성과 별개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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