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의 파업

경기일보 2023. 2.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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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지난 겨울부터 영국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교사와 공무원, 박물관 직원, 철도 기관사와 버스운전사, 간호사 등 50만명이 넘는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엄청난 규모의 파업이다.

이같이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선 이유는 지금 영국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과 물가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수낵 총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파업의 파도에 당연히 대학 노조도 빠질 수 없다. 필자는 영국의 대학에 입학해 1학년을 시작했을 때부터 매년 강사들과 학교 직원들의 파업을 경험해 왔다. 필자의 영국인 친구들의 의견을 토대로 파업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생각이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임기 끝 무렵부터 긍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한 번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 아닌 피해를 입게 되는 파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보수당, 노동당 관계없이 일단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보수당을 지지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원래 노동자들의 파업에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지만 국민들이 팬데믹이라는 혼란의 시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뀌어 지금은 보수당 지지자들도 노동당과 파업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영국의 대규모 파업은 전역의 대학 교직원 7만여명이 참여하며 전례 없는 대학노조 파업 규모를 달성했다. 필자의 학교 또한 곧 있을 파업으로 인한 수업 취소에 관한 정보를 발표했다. 대학이 파업으로 수업 취소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유학생들은 보통 자국 학생들보다 두 배가 넘는 학비를 지불하기에 강사들은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종과 성별에 따른 임금 불평등과 불안정한 교직원의 계약 구조 등 자신들이 파업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학생들과 미팅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전에는 학생들의 불만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번 파업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오히려 지지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나 또한 노동자로서 매우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며 일했던 경험이 있기에 예전보다는 대학 강사들의 파업에 지지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영국에서 산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라도 파업을 필연적으로 자주 겪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파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최근에 와서야 가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에 대한 영국 국민 및 정부 정서와 그 발전 과정을 볼 수 있었고, 나는 우리 정부가 파업 자체를 재앙이나 불법이라고 눈치 주는 분위기의 사회를 조성해 왔다는 사실과 나조차도 그런 사회에 적응해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어쩌면 파업은 우리의 삶에 있어 꼭 필요하지만 평소에 자각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부재로 그들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국이라도 노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불편함’이 아니라 결국 너무도 중요한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노조관도 시대에 발맞춰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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