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바란다

김유진 기자 2023. 2. 8.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6년 만에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하지만 워싱턴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권특사 지명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명 절차가 지연된 것은 특사직을 제안받은 복수의 후보가 연거푸 고사한 탓이고, 연초에 지명한 것은 118대 의회 개원에 맞춰 상원 인준이 필요한 다른 지명자들과 함께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작 ‘불편한 진실’은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이든 혹은 관여이든 북한 문제에 매진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 3년째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투잡’을 뛰고 있는 것이 한 단면이다.

특사 지명 이전에도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고 밝혀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1년 3월 첫 방한에서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그해 12월 바이든 정부의 첫번째 대북 독자 제재는 인권 상황을 겨냥했다. 그럼에도 줄리 터너 지명자가 특사 업무를 시작하면 미국발 북한인권 관련 메시지가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날 것이다. 한국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의 협의도 많아질 것이다. 북한이 이에 반발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인권을 고리로 한 북·미 갈등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

20년 전인 2003년, 유엔이 처음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듬해 미 의회는 북한인권특사 임명의 근거인 북한인권법을 4년 한시법으로 제정, 지금까지 연장해오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엔 국제사회 차원의 첫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간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설립됐다. COI는 북한의 거부로 인한 현지조사 실패, 피해자 증언 대표성 문제 등 조사 방법상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북한인권을 국제 의제로 격상했다. 마이클 커비 전 COI 위원장은 2년 전 필자와 인터뷰하면서 “충격적인 인권침해, 특히 반인도적 범죄 근절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급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력한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유엔과 미국 등의 주도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적 인식은 크게 확장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인권 문제가 얼마나 해결됐는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핵·미사일 개발로 내달린 북한 정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북한인권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이 효과적이었는지 이제는 되짚어볼 때이다. 인권은 자유권·사회권·발전권·평화권 등 상호보완적 권리들의 집합으로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북한과 같이 폐쇄적인 체제가 인권 문제 제기에 반응하게 하려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16년간 국무부 인권·노동국에 몸담은 터너 지명자 역시 인권 문제를 북한의 고립된 현실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가 손쉬운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 전략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인권 전문가다운 섬세한 접근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