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대통령의 교육현실 인식과 참모의 역할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입력 2023. 2. 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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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부사장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느냐'는 말이 있다. 본인이 몸소 경험해야만 뭔가 깨달음을 얻는 사람을 두고 비판하는 말인데 교육분야만큼은 이런 비판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입시는 선생이든, 강사든, 학부모든 모두 '찍어 먹어봐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묘사해도 본인이 직접 입시를 겪기 전까지는 모두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테다. 입시전문가를 자처하는 필자도 자녀의 입시를 치르고 나서야 학부모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는 진정한 전문가가 된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교육분야는 "내가 직접 겪어봤는데…"를 알아주는 시장이다.

지난달 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합동 업무보고' 마무리발언에서 "소위 강의식·지식전달식 교과서는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두고 인터넷은 물론 교육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윤 대통령이 "자녀가 없다 보니 이런 아이들 교과서를 본 적이 없다"고 경험 없음을 밝히며 운을 뗐기 때문이다. 교육계와 대중은 "이미 강의식 교과서가 바뀐 지가 언제인데 잘 모르고 겪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동떨어진 말씀을 하느냐"며 윤 대통령을 질타했다. 과연 정말 윤 대통령이 모르고 한 말인지, 아니면 아직도 그런 교과서가 있으니 완전히 퇴출하자는 말인지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대중은 교육분야에서 윤 대통령의 '경험 없음'을 비판한다는 점이다.

같은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국어를 무엇하러 또 배우느냐고 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전해지자 대통령의 국어 인식에 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필자도 처음엔 그 내용을 보고 의아했다. 그러나 전체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찾아보니 전체 맥락을 통해 본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인터넷상의 해석과 달랐다. 국어교육 무용론이 아니라 과거 학창시절 재미없던 국어시간에 그런 불만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몇 번의 설화(舌禍)가 있던 차라 윤 대통령이 교육을 모를 것이라는 대중의 선입견이 그의 발화 의도를 왜곡한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해프닝이 심각해 보인다. 대중 및 교육계가 계속 윤 대통령의 경험 없음을 의식한다면 이는 정부가 앞으로 교육정책을 펴나가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윤 대통령이 경험하지 못해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모르는 것처럼 인식되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대통령이 절제되지 않은 말로 약점을 자주 보일 때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를 불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의 단적인 예가 윤 대통령의 교과서와 국어 발언에 관한 대중의 반응이었다.

관점을 달리해서 정말 세간의 비판대로 윤 대통령이 교육을 잘 모른다고 해도 공식적인 발언에서 그런 면이 드러나는 것은 참모의 잘못이 크다. 윤 대통령이 교육을 정말 몰랐다면 그런 티가 안 나도록, '아는 체'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어야 한다. 잘못의 단적인 예를 보자. 대통령실 누리집에는 국어교육 관련 논란이 있던 부분의 시청각 보조자막이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잘못된 채 방치돼 있다.

조금 더 나가면 대통령을 보좌하는 교육부 장관과 교육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그가 경제학자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식견이 높다. 그래서인지 에듀테크, 교육전문대학원 등에서 지나치게 속도를 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속도에만 집중한 나머지 어설픈 모습도 보인다. 교원 폄훼, 고교학점제 연기 시사 등 섣부른 발언이 구설에 오르기도 한 일이다. 참모가 대통령을 잘 보좌하려면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말을 줄여야 한다. 곧 '2028 대입제도 개선안'이 마련된다. 대통령과 정부는 대중과 교육계에 경험하지 못했다고 잘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주길 바란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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