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국의 창(窓)]

2023. 2. 8.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주 대통령실은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 두 곳의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첫 번째 언론 고발 조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다면
사실이 아니라도 존중하고 보호해야
최지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새 관저를 물색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그의 주장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주 대통령실은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역술인 '천공'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최초 보도한 언론사 두 곳의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첫 번째 언론 고발 조처다.

작년 미국 방문 당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의 경우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발했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언론인을 고발했다. 아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비속어 논란의 경우 부정확하기는 해도 방송 영상이라는 실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는 "떠도는 풍문" 수준의 "가짜 의혹"을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했기 때문에 더 악의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필자 또한 여기저기서 천공에 대한 '떠도는 풍문' 수준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번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야당에서는 사실 가능성이 높다고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만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대통령실의 언론 고발 조처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넓은 의미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포함하는 표현의 자유는 현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자유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근대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인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1859년 출간한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밀에 따르면, "설령 잘못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의견과 진리를 대비함으로써 진리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으로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인류에게도 강도질을 하는 것과 같은 악행"이 된다.

밀이 이처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부분적 진리 가능성이다. 즉 "침묵을 강요당하는 의견이 틀린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의견이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을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데 유용하다. 둘째는 도전 필요성이다. 즉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견이 진리일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옳은 것이라 하더라도 도전받지 않으면" 도그마로 전락하여 일종의 편견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표현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유용하다.

물론 밀이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밀은 타인의 안전을 해치거나 타인 또는 공공에게 '명백한' 피해를 끼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가 불확정적일 경우는 인간의 자유라는 보다 큰 목적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은 정부가 이러한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면 결코 자유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밀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통령실의 언론 고발 조처는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위축시키는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 판례가 누차 확인한 바와 같이 캄캄한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치는 경우처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없다면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원리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언론의 자유를 좀 더 존중하는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학)

김범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정치학)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