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성평등 기사' 제안하던 시민, 기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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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해 7월부터 약 반년간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 미디어 운동 '시민미디어랩 운영 사업'을 진행했다.
공모를 통해 성평등, 기후위기, 지역언론 등 주제별 시민 소모임을 선정해 '언론노조 시민미디어랩 크리에이터'로 위촉하고, 직접 언론·미디어 정책을 만들어 제안하도록 지원해왔다.
기자들에게 성평등 보도를 제안하던 이 팀장은 지난달 말 여성신문 수습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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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해 7월부터 약 반년간 시민과 함께 하는 언론 미디어 운동 ‘시민미디어랩 운영 사업’을 진행했다. 공모를 통해 성평등, 기후위기, 지역언론 등 주제별 시민 소모임을 선정해 ‘언론노조 시민미디어랩 크리에이터’로 위촉하고, 직접 언론·미디어 정책을 만들어 제안하도록 지원해왔다. 지난해 9월 위촉된 7개 팀은 5개월간 자율적인 교육과 토론, 정책연구 활동을 벌인 뒤, 논의의 결과물을 지난달 28일 열린 ‘시민제안대회’에서 발표했다.
‘패치워커’는 바로 이 7개 소모임 중 한 팀이다. 활동 주제는 ‘언론의 성평등 보도준칙의 실효성 확보’. 성차별적인 언론 보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이 택한 방식은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많은 언론, 기자들이 독자를 향해 쓰는 뉴스레터를 이들은 반대로 기자들에게 보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성희롱·성폭력 사건 보도 참고 수첩’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고, 시민의 눈으로 기사를 평가하고, 성평등 기사를 제안하는 내용의 편지를 매주 한 차례씩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기자들에게 편지를 쓰던 이 팀의 팀장은 얼마 전 기자가 됐다. 패치워커팀의 팀장이면서 ‘3주차’ 수습기자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수진씨를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인터뷰했다.
패치워커는 ‘성평등한 언론에 대한 염원을 한 조각 한 조각 모아 꿰어서 하나의 옷(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성평등 이슈에 관심 있고 평소 친하던 김주희, 안세희, 이수진 세 사람이 시민미디어랩 소식을 듣고 “얼렁뚱땅” 만든 팀의 이름이다. 이들은 성범죄 사건 때마다 반복되는 2차 가해, 성차별 보도를 보면서 불만을 느껴왔다. 그런 언론을 욕하고 분노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패치워커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기레기’라 손가락질하는 대신, ‘이런 점이 아쉬워요’ 혹은 ‘멋져요’라고 평가하고, ‘이런 기사 원해요’라고 제안했다. 건강한 비평과 정중한 제안. 패치워커의 뉴스레터 ‘패치레터’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이다. “사실 저희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기도 했어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강요하거나 윽박지르면 좋게 듣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드럽게 제안·권유하고, 이런 표현이나 이야기가 기분 나쁘지는 않을지 많이 고민하고 썼습니다.”
그뿐 아니라 성평등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감사장’도 보냈다. 감사장을 받은 기자들은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회답했다. 한 시민 독자는 “잘못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데스크나 감사장 전달 등을 통해 패치워커에서 생각하는 우수한 사례 등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기자와 시민, 언론계 종사자 등 50여명에게 매주 전달되던 패치레터는 지난달 2일 7번째 편지를 끝으로 작별을 고했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패치워커는 ‘젠더데스크 도입 촉구 운동’ 등을 언론노조에 제안했다.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모든 데스크가 젠더데스크여야 한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한 결과다.
기자들에게 성평등 보도를 제안하던 이 팀장은 지난달 말 여성신문 수습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기자가 된 그는 “내 일 챙기기 바쁜데 성평등까지 고려하라고 땍땍거린 시민들이 얼마나 성가셨을지” 싶다면서도 “하지만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 주신 분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선배이자 ‘동료’인 기자들을 향해 “힘든 환경인 건 맞지만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함께 목소리 내면 좋겠다”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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